레오폴드 FC750R 갈축 타건영상. 출처 유투브 Jayin Lee 채널.
드디어 기계식 키보드 차례다. 현재 키보드 문화의 메인스트림이자 가장 핫한 방식의 키보드다. 고오급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인데 사실 이는 최근 들어 진행된 고급화의 결과로, 멤브레인 키보드가 발명되기 전에는 기계식 키보드가 일반적으로 흔하게 쓰이는 키보드였다. 값싸고 조용한 멤브레인 키보드가 보급되자 한동안 자취를 감췄으나, 2000년대가 넘어가면서 특유의 키감을 잊지 못한 마니아층이 형성되었고 멤브레인과 차별화를 위해 고급화가 진행, 마침 폭발적으로 커지는 게임 산업과 맞물려 성장한 게이밍 기어 시장을 장악한 것이 지금의 기계식 키보드다.
처음으로 기계식 키보드를 접한 이들이 가장 놀라는 부분은 바로 무게다. 기계식 부품들이 들어갈 뿐더러 스위치를 고정하기 위한 보강판이 썡 금속으로 되어있기 때문에 들어보면 상당히 묵직하다. 또한 멤브레인보다 키압이 낮다고 잘못 알려져 있는 경우가 있는데 사실이 아니다. 입력 키압 자체는 기계식 키보드가 더 높다. 기계식 키보드는 스프링을 사용하는 구조 상 누를수록 압력이 강해지기 때문에 시작 키압이 가벼우며 거기에 경쾌한 소리와 촉감이 있기 때문에 더 가볍게 눌리는 듯한 느낌을 준다고 보는 쪽이 맞다.
장점 키감은 분명 개인차의 영역이지만 기계식 키보드가 멤브레인 키보드보다 일반적인 기준에서 봤을 때 키감이 좋다고 느껴질 여지가 많다. 또한 물이나 각종 오염 물질에서만 보호해 준다면 거의 반영구적인 수명을 자랑한다.
단점 비싸다. 좋은 키보드를 구하려면 10만원 이상 쓸 각오를 해야 한다. 소음이 상당하다는 점도 단점인데, 아무리 조용한 기계식 키보드라도 멤브레인만큼 정숙하지는 못하며 이는 사용 장소에 약간의 제약이 있음을 뜻한다.
메커니즘을 보자면 스프링과 기계식 스위치를 그 핵심으로 한다. 같은 기판의 같은 모델이어도 이 스위치(축)의 종류에 따라 그 키감과 장단점이 확연히 나뉘기 때문에 대충 무슨 축이 어떤 특성을 가지고 있는지 정도는 알아두는 것이 좋다. 색깔+축을 붙여 부르며, 일반적으로는 독일의 체리 사가 만든 구분을 따른다. 일반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하는 네가지 축은 다음과 같다.
청축
덱 프랑슘 청축 타건영상. 출처 유투브 GSX-S1000F SUZUKI 채널.
클릭(Click)이라고도 한다. 슬라이더가 파란 색이라 청축이다.가장 일반적인 축이자 가장 기계식 키보드다운 축이다. 높고 경쾌한 찰칵찰칵 소리를 내며 손끝에 살짝 걸리는 느낌을 준다. 이 손끝에 살짝 걸리는 느낌 덕분에 입력이 되고 안 되고의 구분이 확실하며, 키가 확실히 눌렸는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한 격투게임이나 리듬게임같은 장르의 게이머들이 즐겨 찾는다. 기본이 되는 체리 사의 청축은 정갈하고 맑은 느낌인 반면 오테뮤 사의 청축은 보다 찰지고 거친 소리가 난다.
추천 묻지마 A/S와 기괴할 정도로 친절한 사후지원으로 유명한 덱 사의 헤슘과 프랑슘이 체리 청축의 정석이라고 할 만 하다. 가성비를 찾는다면 5만원대에서 체리 청축을 써볼 수 있는 한성의 GTune MCF7도 좋겠다. 보통 체리 축 키보드들이 10만원을 우습게 넘는다는 걸 생각해보면 어마어마한 혜자다.
갈축
레오폴드 FC750R 갈축 타건영상. 출처 유투브 Jayin Lee 채널.
넌클릭(Non-click)이라고도 한다. 슬라이더가 갈색이라 갈축이다. 청축과 비슷하지만 청축보다 부드러운 키감을 가지고 있으며 크게 찰칵거리는 대신 작고 조용한 구분감을 준다. 입력 키압 자체도 청축에 비해 낮아 장시간 타이핑시 손에 무리가 덜하다. 기계식 키보드 특유의 손맛은 원하지만 청축의 요란한 소음이 부담스러운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추천 레오폴드 사의 FC900R과 FC750R, 미니 배열도 괜찮다면 FC660M이 명작으로 평가받는다. 키캡의 각인이 잘 지워진다는 문제점이 있었으나 최근 개선판이 발매되며 완전체가 되었다. 키캡이 ABS이긴 하나 역시 갈축계의 클래식이자 스테디셀러인 필코 사의 마제스터치 역시 유명하다.
흑축
매직포스 68 흑축 타건영상. 출처 유투브 Stabilized 채널.
리니어(Linear)라고도 한다. 슬라이더가 검은 색이라 흑축이다. 청축과 갈축과는 달리 중간에 구분감을 주는 부품이 없다. 따라서 찰칵거리는 소리가 나지 않으며 눌렀을 때 손끝에 걸리는 느낌이 없이 바닥까지 쭉 내려간다. 하지만 그만큼 강한 스프링을 쓰기 때문에 반발력이 강하며, 키압 자체도 다른 축들에 비해 높아 장시간 타이핑 시 손에 부담이 비교적 크다. 하지만 이 특유의 쫀득한 키감에 한 번 빠지면 헤어나올 수 없다고 전해지는 등 어느정도 마니아층이 있는 축이기도 하다.
추천 레오폴드 사의 흑축이 무난하다. FC750R과 FC900R, 미니 배열도 괜찮다면 FC660M. 다만 레오폴드의 흑축은 타 제조사의 흑축보다 조금 키압이 낮은 경향이 있다고들 하니 참고하자. 덱과 바밀로의 흑축 라인업도 평가가 좋다.
적축
역시 리니어(Linear)라고도 한다. 슬라이더가 빨간색이라 적축이다. 흑축에서 파생되어 나온 축이며, 기본적인 구조는 흑축과 동일하지만 흑축보다 약한 스프링을 써서 키압을 굉장히 많이 낮춘 것이 특징이다. 일반적인 기계식 키보드 중에 가장 키압이 낮다고 알려져 있으며, 키압이 낮으니 키 입력까지 걸리는 시간도 가장 적어 빠른 입력이 중요한 게이머들에게 인기가 많다. 하지만 너무 가벼운 키압 때문에 키보드에 손을 올려놓기만 해도 입력이 되어버려 플래시가 빠지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주의. 참고로 오테뮤 사의 적축은 체리 사의 적축보다 키압이 무겁다.
추천 주로 게이머들에게 어필하는 축이니만큼 커세어 사의 K70을 위시한 적축 라인업이 유명하다. 다만 보다 저렴한 구매를 위한 배송 대행을 회사 차원에서 받아들이지 않고 있어 해외 직구가 불가능하다는 점은 알아둘 것.
다음 편에서 계속. 키보드의 끝판왕이라 불리는 정전용량 무접점 키보드와 기타 다른 키보드를 다룰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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