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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스킨
2017. 4. 21. 23:13 - 북북서



<http://www.moleskine.com/kr/news/harrypotter>


해리포터 에디션이 역대급으로 잘 빠져서 살 생각에 한동안 행복했는데 포켓 사이즈는 안 나왔단다. 두 개가 나오면 당연히 하나는 라지, 하나는 포켓 사이즈일거라 넘겨짚은 안일함이 이렇게 원통할 수가 없다. 시발.


사실 생각해보면 몰스킨이야말로 이 시대 진정한 감-성이다. 공식 홈페이지에서부터 당당하게 고흐, 피카소, 헤밍웨이 등을 언급하고 있으나 사실 자세히 읽어보면 이들과 현재 생산되는 몰스킨의 직접적인 관계는 전혀 없다. 그저 고흐, 피카소, 헤밍웨이 등이 사용했던 수첩과 비슷한 디자인(사각형에 둥근 모서리, 늘어나는 밴드 등)을 차용해 그 노트의 후계자임을 선언할 뿐, 몇 백년의 역사를 가진 브랜드가 아니며 유럽의 장인이 제작하는 수첩은 더더욱 아니다(몰스킨의 제조공정은 중국에서 이루어진다).  


하지만 그럼에도 몰스킨이라고 하면 뭔가 아티스트적인 분위기가 항상 동반되니 이것은 감-성 마케팅의 승리라고밖에는 할 말이 없다. 사실 말이 감성이지 교묘한 허위광고가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드는데, 몰스킨은 여기서 리미티드 에디션이라는 신의 한 수를 둔다. 각 매체와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한정판을 내는 고전적이라면 고전적인 수법인데, 문제는 이게 위에서 보이듯 엄청 예쁘다. 그냥 예쁜 것도 아니고 애어른들의 지갑을 나꿔채기에 최적화된 예쁨이다. 콜라보레이션 대상 또한 허영만부터 코카콜라까지 도무지 뭐라 관통하는 일관성을 찾기가 힘들도록 다양하니 한 번 몰스킨 리미티드 에디션을 사기 시작하면 멈출 수가 없는 거다. 조금 과장인 것 같기도 한데 적어도 나는 못 멈췄고, 로디아가 좋네 종이 질은 클레르퐁텐이 최고네 소리를 들어도 이미 흔들리지 않는다. 지나친 애플 빠들을 앱등이라 부르던데 나는 나를 포함한 몰스킨 빠들도 절대 그에 못지 않으리라 확신한다.


근데 그러니까 제발 해리포터 에디션 포켓 사이즈로도 내주면 안될까. 제발. 진짜로. 현기증 난단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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