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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먹왕 랄프 2: 인터넷 속으로(2018)
2019. 1. 23. 22:22 - 북북서



<주먹왕 랄프 2: 인터넷 속으로>


사진출처 다음영화, imdb


디즈니의 <주먹왕 랄프>(2012)는 미생물에게 인격을 부여하는 픽사식 애니메이션의 오락실 버전이다. 8비트 버전 <토이 스토리>라고 해도 좋겠다. 레트로 아케이드 게이밍의 캐릭터들이 사실은 살아있다면? 오락실 불이 꺼지면 인간들 몰래 모여 술도 마시고 서로의 게임에 놀러간다면? 생각만 해도 재미있는 장면을 많이 뽑아낼 수 있을 것 같은, 꽤나 괜찮은 소재다. 그리고 결과물인 영화 역시 꽤나 괜찮았다. 이야기도, 캐릭터도, 코미디도 어느 하나 빠지는 구석이 없는 수작이었다. 혹시 디즈니나 픽사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데 <주먹왕 랄프>를 아직 안 봤다면 꼭 보시라. 넷플릭스에도 있다.



다만 <주먹왕 랄프>에는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오락실, 즉 아케이드 자체가 이제는 구시대의 유물에 가깝다는 점이었다. 인터넷과 온라인 게임에 익숙한 밀레니얼들은 아케이드 게이밍의 세계를 잘 알지 못한다. <주먹왕 랄프>에 나오는 소닉이 낯설며 장기에프나 큐버트를 더더욱 모른다. 따라서, 그들의 등장에서 별다른 재미를 느끼지 못한다. 이 시점에서 <주먹왕 랄프>는 아이들용 애니메이션이 아니게 되었다. 작품성과 관련이 있는 요소는 아니지만, 제작사로서는 흥행과 연결되는 부분인 만큼 여러모로 아쉬웠을 테다. 그래서일까, <주먹왕 랄프 2: 인터넷 속으로>는 그 배경을 인터넷으로 옮겼다. 1편 개봉 당시 속편은 콘솔 게이밍을 소재로 하겠다던 감독의 포부와는 많이 다른 결과다. 저연령층을 포함해 더 넓은 관객층을 타겟으로 하겠다는 의도가 보인다. 


그래서 그 시도는 성공했는가? 


다행히 실패하지는 않았다. <주먹왕 랄프 2>는 재기발랄한 영화다. 이베이와 유투브, 버즈피드를 비롯한 영미권 인터넷 문화를 스크린으로 잘 녹여 냈고, <스타워즈>부터 <곰돌이 푸>,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그리고 예고편에 나온 디즈니 공주들까지 미디어 공룡 디즈니의 초호화 저작권 자랑도 진귀한 볼거리다. <주먹왕 랄프 2>는 이렇듯 화려한 물량의 폭격을 통해 '다음엔 또 뭐가 나올까'하는 기대감을 영화 내내 끌고 가는 데에 성공한다. 가볍고 즐겁게, 내내 감탄하면서 볼 수 있는 영화라는 뜻이다 (그리고 카 체이스 씬의 퀄리티가 생각보다 엄청나다).



하지만 영화는 결국 이야기의 예술이지 천하제일 레퍼런스 대회가 아닐 것이다. 재치있고 다양한 대중 문화의 인용은 어디까지나 부수적인 요소이다. 아무리 가니쉬가 다채롭고 맛있어도 스테이크의 퀄리티가 좋지 못해서야 제대로 된 파인 다이닝이라 칭하기 어렵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모든 가니쉬를 걷어낸 <주먹왕 랄프2>의 스테이크는, 조금 얄팍하고 설익었다.


<주먹왕 랄프>의 구조가 기본적으로 <토이 스토리>를 위시한 픽사식 애니메이션의 그것과 동일하다는 이야기는 앞서 했다. 하지만 <토이 스토리>와 <니모를 찾아서>, 그리고 <주먹왕 랄프> 1편이 높은 평가를 받는 것은 단순히 그 소재가 독특하기 때문이 아니다. 영화 전체를 지탱하는 주제와 이야기가 단단하게 제 역할을 해주기 때문이었다. <주먹왕 랄프 2>는 반짝거리는 소도구와 화려한 아이캐치를 잔뜩 사용해 관객들의 주의를 내내 화면에 붙잡아 두는 데에는 성공했다. 하지만 냉정하게 말해서 그게 전부다. 시선은 끌지만 막상 보여주는 이야기가 별다른 힘을 가지고 있지 않다. 헐겁고, 종종 부자연스럽다.


가장 큰 피해자는 단연 주인공인 랄프와 바넬로피의 캐릭터다. 1편에서는 두 명 모두 명확하고 공감이 가는 동기와 감정선을 가지고 있었다. 2편에서는 아니다. 거의 역대급의 매력을 가지고 있었던 바넬로피는 답답해졌고, 랄프는 거의 집착에 가까운 의처증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묘사된다. 극에 갈등을 부여하기 위함이라고는 하나 도가 지나쳤다. 캐릭터들이 합리적인 사고를 하지 못한다면 그에 합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야기를 진행시키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는 합당한 이유가 아니다. 



요약하자면, <주먹왕 랄프 2: 인터넷 속으로>는 조금 아쉬운 후속작이다. 여러가지 볼거리는 풍성하나 탄탄한 서사에서 오는 만족감은 부재한다. 저연령층을 지나치게 의식한 탓일까? 아니면 너무 많은 볼거리를 넣으려다 균형이 무너져버린 것일 수도 있겠다. 어느 쪽이든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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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어락(2018)
2018. 12. 26. 10:13 - 북북서

<도어락>, 2018, 이권


사진출처 다음영화


현실적인 불안과 공포다. <도어락>은 집요하게 혼자 사는 여성들의 악몽을 후벼 판다. 누군가 나를 노리고 있다. 나는 혼자 산다. 아마 물리적인 수단으로는 저항할 수 없다. 경찰은 나를 피해망상으로 여긴다. 내 집은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생활을 던져버리고 도망칠 수도 없다.


<도어락>은 이 현실적인 설정에서 오는 몰입감을 이용해 초반을 주파한다. 화면에서 눈을 뗄 수 없는 시퀀스도 기대하시고 주인공의 입장에서 분통을 터뜨릴 준비도 하시라. 몇 개인가의 복선과 장치를 교차시키며 이야기를 다음 장으로 진행시키는 솜씨도 상당하다. 숨이 턱턱 막히는 스릴러가 그리웠다면 <도어락>은 좋은 선택이다. 초반부는 말이다.


무슨 이야기냐면, 어느 지점을 통과하는 순간 <도어락>의 이야기는 급격하게 망가진다. 개연성은 붕괴하고 등장인물들의 행동은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과장되어 간다. 현실에 발을 디디고 있었던 사건들은 순식간에 비현실의 영역으로 도약해 초반부를 이끌던 동력을 상당부분 상실하고 만다. 단적으로 마지막 사건이 일어나는 장소를 보라. 너무나 장르적이고 현실과 괴리되어 있다. 그것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지만, <도어락>이 발디딘 기반이 어디까지나 "현실 공포 스릴러"라는 것이 문제다. 현실 공포 스릴러가 현실적이지 않게 되는 순간 모든 마법은 깨어지고 몰입감은 자취를 감춘다.


전체적인 인과관계 역시 마찬가지다. 영화가 끝난후 모든 진상을 아는 상태에서 앞뒤를 짜맞추어 봐도 도저히 원인과 결과가 맞지 않는 부분이 너무나 많다. 그래서 결국 도어락을 누른 건 누구였는가? 범인은 우사인 볼트인가?(같이 본 이는 모방범이 나타날까 두려워 일부러 감독이 비현실적인 스케일로 이야기를 부풀렸다는 이론을 제시하기도 했다. 사실인지는 알 수 없지만 가능성은 낮은 것 같다. 정말 모방범죄를 방지하고 싶었다면 경찰을 그렇게 무능하고 싸가지없게 연출하지는 않았을 테니 말이다)


구슬이 서 말이어도 꿰어야 보배라 했다. <도어락>은 꽤 괜찮은 구슬을 들고 왔다. 줄에 꿰는 것까지도 어찌어찌 해냈다. 하지만 매듭을 제대로 묶지 못하니 애써 줄에 꿴 구슬까지도 모두 흘러 떨어져 버리고, 결국 손에 남는 것은 아쉬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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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놈(2018)
2018. 10. 14. 01:42 - 북북서


Tom Hardy in Venom (2018)

베놈<Venom>, 2018, 루벤 플레셔


모든 사진 출처 imdb


마냥 선하지 않은 캐릭터를 내세우는 것이 히어로물 업계의 새로운 트렌드다. 마블의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폭스의 <데드풀>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예다(<수어사이드 스쿼드>는 일단 무시하도록 하자). 생각해보면 이해가 가는 흐름이다. 선하고 정의로운 히어로는 이미 너무 많다. 그리고 뻔하다. 평범하지만 어딘가 살짝 나사가 덜 조여진 주인공이 우연히 힘을 얻고는 뽕이 차올라 갖은 사고를 치고 다니다가, 악당의 등장과 조연의 희생으로 히어로로서의 정체성을 자각하는 영화가, 근 십여 년 간 나와도 너무 많이 나온 것이다. 언제나 그랬듯, 결국 문제는 차별화다. 


이런 상황에서 소니는 새로운 "소니 마블 유니버스"의 스타트를 끊을 첫 영화로 <베놈>을 내놓았다. 주연은 톰 하디, 사람을 잡아먹는 식인 괴물 베놈이 안티 히어로로 나오는 영화란다. 와! 빌런! 와! 안티 히어로! 정말 멋지고 잔혹한 피카레스크가 나올 것만 같다! 


하지만 나는 <수어사이드 스쿼드>의 쓴맛을 기억했어야 했다. 빌런이라고, 나쁜놈이라고 광고하던 캐릭터들이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비단결같은 마음씨를 가지고 있었을 때의 그 허탈함을 잊지 말았어야 했던 것이다.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베놈>은 덜 산만한 <수어사이드 스쿼드>다. 베놈은 빌런이 아니고 주인공 에디 브락 역시 전혀 나쁜 놈이 아니다. 베놈이 이 영화에서 저지르는 진짜 나쁜 짓이라고는 기물 파손이 전부다. 에디의 몸에 들어간 후에는 아예 에디의 비서가 되어 그의 연애를 위해 아낌없는 조언을 베풀고, 나중에는 아예 대놓고 지구를 구하겠다고 분투하기까지 한다. 영화의 전체적인 톤 역시 마찬가지다. 시청등급을 낮추기 위해서인지 <베놈>에는 잔인하다고 할 만한 장면이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 괴물이 사람의 머리를 뜯어먹어도 화면은 핏방울 하나 없이 깔끔하고 카메라는 시종일관 폭력의 형태를 최대한 비껴 담으려고 노력한다. 모든 것이 지나치게 정돈된 티가 난다는 이야기다. 과도하게 깔끔하고, 이는 결국 부자연러움을 낳는다. 


물론 그래도 볼거리로서의 <베놈>은 나쁘지 않다. 손발이 늘어나는 특유의 트리키한 움직임도 좋고 완전히 에디의 몸을 감쌌을 때의 육중함도 멋지다. 후반부에 이르러 마치 유화 물감처럼 뒤섞이는 시퀀스 역시 나름대로 신선한 그림이다. 팝콘무비는 관객들에게 말초적인 만족감을 안겨줄 것을 대원칙으로 한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베놈>은 일단 무난한 액션 영화로서의 요건은 충족한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또 하나의 장점은 베놈과 에디의 관계성에 있다. 상기했듯 영화판의 베놈은 원작 코믹스의 베놈과는 달리 비교적 순하고 착하며 드립력도 좋다. 이 베놈이 숙주로 선택한 에디와 대화하며 관계를 쌓아나가는 모습은 종종 어색하고 인공적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 내내 의외의 재미를 선사하며, 관객들로 하여금 베놈에게 호감을 느끼게 하는 징검다리 역할도 수행한다.


Tom Hardy in Venom (2018)


그러나 안타깝게도 <베놈>에는 장점으로 쉽게 가리지 못하는 치명적인 문제점이 있다. 바로 스토리 한 가운데에 뻥 뚫려있는 구멍이 그것이다. 중간까지 나름대로 자연스럽게 흘러가던 영화는 어느 순간 갑자기 급정거 후 차선 변경을 시도한다. 여기까지는 그래도 이해할 수 있다. 영화에는 기승전결이 있어야 하며 깔끔한 마무리를 위해 메인 빌런이 존재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 하여도 영화가 방향을 틀 때는 관객이 납득할 수 있는 근거가 제시되어야 하며 이 이유는 극 중의 핍진성을 위배하지 않는 자연스러운 이유여야 한다. 하지만 <베놈>은 그 이유를 관객에게 전혀 전달하지 않는다. 설득력이 떨어지는 수준이 아니라 그냥 이유라고 할 만한 것이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  덜컥거린다는 표현은 약과다. <베놈>의 스토리는 그냥 두 동강이 나 있는 걸 스테이플러로 대충 찍어놓은 모양새다. 대체 왜 그 캐릭터가 입장을 바꿔 그런 선택을 했는지, 나는 아직까지도 잘 모르겠다. 


요약하자면 <베놈>은 사람들의 기대와는 상당히 다른 영화다. 별다른 사전지식이 없다면 그럭저럭 볼만하겠고, 홍보 자료를 보고 어두운 안티 히어로 영화를 기대하고 갔다면 아무래도 실망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둘 중 어느 경우이더라도 결코 완성도에 대해 높은 평가는 내리지 못할 영화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영화를 다 찍은 뒤 30분에서 40분 가량의 분량을 잘라냈다는 이야기를 어디서 들었다. 그것이 아마도 뻥 뚫린 구멍의 행방일 것이다. 러닝타임을 줄이기 위한 시도였을까? 하지만 만약 그랬다면 차라리 애매하게 늘어지는 초반 도입부를 다듬는 것이 맞았다. 지금의 <베놈>은 각본가가 각본을 쓰던 도중 잠시 외계 괴물에게 몸을 빼앗겼다 해도 믿을 정도다. 저예산 영화라 손익분기점을 가뿐히 넘겼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그래도 소니로서는 영 만족스럽지 못한 1편임이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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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12. 25. 19:56 - 북북서


<신과 함께 - 죄와 벌>, 2017, 김용화

사진출처 다음영화



<신과 함께 - 죄와 벌>은 주호민 작가의 유명 웹툰 <신과 함께>의 저승편을 스크린으로 옮긴 영화다. 당연히 대대적인 각색이 이루어졌다. 중요한 캐릭터 하나가 사라졌고 본래 별개의 스토리라인이었던 원귀와 김자홍의 이야기가 하나로 묶였다. 평범한 회사원이었던 주인공 김자홍이 비극적인 사연을 가진 소방관으로 바뀌었으며 이야기에 액션과 속도감을 붙이기 위한 자잘한 설정 역시 추가되었다. 그 결과, 장단점을 떠나 <신과 함께 - 죄와 벌>은 일단 원작보다 역동적이고 화려하다. 웹툰의 영화화라는 측면에서만 보자면 꽤나 성공적인 성과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아쉽게도 <신과 함께 - 죄와 벌>은 그 이상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CG는 분명 화려하고 한국식 어머니즘을 내세운 신파 요소 역시 나름대로 제 기능을 하고 있다. 정의로운 사람이 자신의 삶과 희생을 인정받는다는 핵심 줄거리 역시 강렬하고 보편적인 카타르시스를 제공하는 소재다. 요컨대 영화가 쥐고 있는 이야기 자체는 여러차례 검증된, 즉 "먹히는" 무기라는 거다. 하지만 영화는 이런 익숙하고 공식화된 요소일수록 더욱 세밀한 접근을 요한다는 사실을 간과한다. <신과 함께 - 죄와 벌>이 신파 소재를 다루는 방식은 상당히 투박하고 너무나 전형적이다.


<신과 함께 - 죄와 벌>, 사진출처 다음영화


카타르시스와 감동이 강해지려면 주인공이 처하는 위기가 치명적이어야 하고 그걸 극복하는 방식 역시 강렬해야 한다. 하지만 원작과 달리 주인공 김자홍은 아예 죽는 순간부터 정의로운 사람이자 귀인이라고 인정받은(심지어 몇몇 지옥은 프리패스할 수 있는 권리까지 주어진) 영혼이다. 반면 그를 심판한다는 판관들은 말 그대로 머저리들이며 각 지옥의 대왕들 역시 디자인만 요란할 뿐 별다른 무게감을 찾기가 힘들다. 자연히 그들에게 애를 먹는 삼차사들 역시 대체 어떻게 40명이 넘는 영혼을 환생시켜온 건지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무능하게 비춰지고, 이야기에 시간 제한을 둬 긴장감을 유발하려는 몇몇 장치는 자주 덜컥거린다. 마지막에 와서야 그나마 죄다운 죄가 드러나지만 그것을 풀어내는 방식은 앞서 말했듯 전형적인 한국식 어머니즘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요는 저승이라는 시스템 자체의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자연히 갈등이 해결되는 순간의 카타르시스 역시 제대로 증폭되지 못한다.


더 큰 문제는 캐릭터다. 유머 자체는 나쁘지 않으나 과용된 감이 없지 않다. 가뜩이나 탄탄하지 않은 캐릭터들이 유머에 휘둘려 그 밀도를 잃어버리는 모습도 자주 보인다. 가장 큰 피해자는 차태현이 연기하는 김자홍이다(왜 나왔는지조차 이해할 수 없는 오달수와 임원희는 언급하지 않겠다). 전반적으로 조금 과장된 연기톤을 보이는 배우들 중에서도 김자홍의 캐릭터는 가장 얄팍하고 과잉되어 있다. 나중에 되짚어보면 이해되는 부분도 분명 있지만 그것을 감안하더라도 극중에서 묘사되는 김자홍은 차라리 떼쓰는 어린이에 더 가깝다. 죄책감과 선함이 혼재된 다면적인 캐릭터성이 표출될 시간이나 대사가 제대로 주어지지 않았다. 여기에 유머까지 섞여드니 캐릭터 자제가 주체할 수 없이 얕게 느껴지는 결과를 낳는다.


<신과 함께 - 죄와 벌>, 사진출처 다음영화


원귀의 이야기 역시 설득력이 떨어지기는 마찬가지다. 원귀는 지나치게 강하고 차사들은 지나치게 허둥지둥한다(세상에 원한을 품고 죽은 사람이 그리 희귀할 리가 없지 않은가). 화룡점정은 후반부의 모래폭풍 시퀀스이다. 나는 여기서 대체 내가 뭘 보고 있는 건지 잠시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져야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귀의 이야기는 김자홍의 이야기보다는 다소 나은데, 적어도 이해할 수 없이 답답한 전개나 지나치게 얄팍한 캐릭터는 등장하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도경수와 김동욱은 어떤 의미에서는 하정우만큼이나 안정적인 연기를 보여준다. 성인 남자 대부분이 군필인 나라에서 군부대의 고증에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것은 아쉬운 부분이나, 몰입을 방해할 정도는 아니다.


결국 <신과 함께 - 죄와 벌>은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한국적인 영화이다. 한국적인 정서를 한국적인 설정의 판타지로, 그것도 깔끔한 CG(다소 대륙의 향이 나긴 하지만)로 담아냈다는 데에 그 의의가 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관객을 울릴 수 있는 능력은 충분한 영화이기도 하다. 하지만 아쉽게도 거기까지다. 그 신파극을 지탱해줄 이야기가 너무 자주 삐걱거린다. 부분이 전체의 합보다 위력적인 영화다.


<신과 함께 - 죄와 벌>, 사진출처 다음영화



추천
신파극을 좋아하시는 분
원작의 영화화가 궁금하신 분
한국적인 판타지의 가능성을 보고싶으신 분


비추천

신파극을 싫어하시는 분

논리적인 이야기 전개를 선호하시는 분

세련된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



덧. 죄가 없음이 판명되면 환생시켜 다시 죄를 지을 기한을 주는 시스템이 과연 올바른 것인가? 생각해볼만 한 문제다.

덧 2. 왜인지 모르겠는데 이정재는 배역이 아니라 그냥 이정재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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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 2017, 라이언 존슨

사진출처 다음영화


<깨어난 포스>는 사실 시퀄의 탈을 쓴 리메이크였다. JJ 에이브람스는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를 짜올리는 대신 <새로운 희망>의 골격에 새로운 캐릭터들을 이식하는 방향을 택했다. 사막에서 발견된 포스의 아이, 동글동글 귀여운 드로이드, 부친살해를 저지르는 악당, 거기에 후반부 데스 스타와의 공방전까지(심지어 스타킬러가 반란군을 날려버리기 전에 실드를 해제한 뒤 엑스윙 편대로 조진다는 전략까지 같다). 루크가 레이로, 한 솔로가 핀(과 다메론?)으로 그리고 다스 베이더가 카일로 렌으로 바뀌었을 뿐 <깨어난 포스>는 본질적으로 <깨어난 희망>과 같은 이야기를 하는 영화였다. 이는 어쩌면 영화를 넘어 하나의 문화가 되어버린 <스타워즈> 프랜차이즈에 바치는 하나의 헌사에 더 가까울 지도 몰랐다. 


<라스트 제다이>가 취하고 있는 전략 역시 근본적으로는 같다. <깨어난 포스>가 <새로운 희망>의 리메이크였다면 <라스트 제다이>의 전체적인 플롯은 <제국의 역습>과 <제다이의 귀환>을 하나로 압축해놓은 모양과 비슷하다. 그 이야기는 이렇다. 퍼스트 오더는 저항군을 상당히 위태로운 상황까지 몰아붙였으며 레이는 은하계 어딘가에 숨은 루크 스카이워커를 찾아 떠난다. 한편 전편에서 자신의 아버지 한 솔로를 죽인 카일로 렌은 그 죄책감에 완전히 다크 사이드로 빠지지 못하고 있는 상황, 저항군은 집요하게 추격해오는 퍼스트 오더에게서 필사의 탈출을 감행한다.


하지만 <라스트 제다이>는 단순히 종속적인 리메이크에서 멈추지 않는다. 중간쯤부터 영화는 새로운 삼부작이 기존 <스타워즈> 시리즈의 유산을 하나씩 끊어내기 시작한다. 드디어 밝혀지는 레이의 부모님부터 후반부 부러져버리는 라이트 세이버, 불타는 나무, 그리고 하나 둘씩 퇴장하는 기존 우주의 인물들까지, 영화는 전작과의 직접적인 고리들을 하나하나 해체해나가며 이 새로운 삼부작이 오리지널한 무언가가 되고자 한다는 것을 분명히 선언한다. 특히 중반부 "그 인물"의 대사는 거의 기존 시리즈에 대한 선전포고처럼까지 읽힌다- "모든 마스터의 목적은 제자에게 추월당하는 것이다".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 사진출처 imdb


영화의 화법 역시 마찬가지다. <스타워즈>의 우주는 광대하지만 사실 그 이야기 자체는 굉장히 협소했다. 몇 명의 제다이와 몇 명의 시스, 그리고 그 사이를 복잡하게 엮는 한국 드라마식 출생의 비밀이야말로 <스타워즈> 전체를 관통하는 주역들이 아니었던가. <라스트 제다이>는 조금 다르다. 예를 들자면 <시스의 복수>는 아나킨의 이야기였다. 하지만 <라스트 제다이>는 단순히 레이의 이야기라고 요약하기 힘들다. 즉 <라스트 제다이>는 주요한 인물 몇 명에게 포커스를 몰아 주는 대신 조금 더 이야기의 가지를 넓게 펼친다. 포스 센서티브는 커녕 딱히 특출난 능력도 없는 평범한 인물들이 많이 등장하며 이들은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중심 줄거리에 영향을 끼친다. 


이러한 방식의 장점은 이야기에 양감이 생기며 여러가지 각도의 텐션을 끌어낼 수 있다는 점이다. 반면 이러한 방식의 단점은 이야기가 산만해지기 쉬우며 서브 스토리 간의 잦은 전환에 따라 일관된 집중력을 유지하기에 불리하다는 점이다. <라스트 제다이>에는 네 가지 스토리가 공존한다. 1. 레아와 포 다메론의 이야기 2. 카일로 렌과 스노크의 이야기 3. 핀과 로즈의 이야기 4. 레이와 루크의 이야기. 이 네 이야기는 모두 나름대로 재미있으며 또 의외로 그 전개가 뻔하지 않다. 감독 라이언 존슨은 이 네 갈래의 이야기를 생각보다 솜씨있게 엮어 내는 데에 성공했다. 이 이야기들이 하나의 결과로 접합되는 방식도 조금은 작위적이지만 넘어갈 만 하고, 가장 동떨어진(그리고 가장 약한) 핀과 로즈의 이야기에는 결말부에 따로 시간을 할애해 그 주제의식을 덧대주는 균형 감각도 좋다.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 사진출처 imdb


하지만 이는 핸디캡을 효과적으로 상쇄했다는 것이지 영화 자체의 완성도가 뛰어나다는 말은 아니다. 유머는 대체로 좋지만 조금 지나친 감이 없지 않으며 무리수를 넘어 다소 황당한 (레아의 우주 슈퍼맨 씬이라던지, 로즈의 목걸이 씬이라던지) 장면들 역시 어떤 이유에선지 남아 있다. 무엇보다 전반적으로 플롯 전체의 짜임새가 그리 좋지 못하다. 요컨대 어떤 사건이 플롯을 이끄는 게 아니라 플롯을 감독의 의도대로 진행시키기 위해 사건이 일어나는 것처럼 보인다는 이야기다. 가장 대표적인 예로는 레이의 슈프리머시 호 탈출, 그리고 어떤 인물의 하이퍼스페이스 카미카제를 들 수가 있겠는데, 구체적인 언급은 않겠지만 그 부분에서 분명 많은 관객이 묘한 삐걱거림을 느꼈을 것이라 생각한다. 몇 명인가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그냥 사라진 캐릭터들도 마찬가지다. 가뜩이나 많은 이야기가 겹쳐지는 영화인 만큼(러닝타임도 시리즈 최장의 2시간 33분이다) 모든 요소를 보여줄 수는 없었을 테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전반적으로 영화 자체의 개연성이 상당히 헐겁다는 느낌은 지울 수가 없다. 플롯을 따라갈 때는 모르더라도 영화를 보고 난 뒤에 점점 어색해지는, 그런 종류의 허점이 상당수 존재한다. 


그러나 <라스트 제다이>의 가장 큰 단점, 혹은 숙명적인 호불호는 역시 이 영화가 기존의 <스타워즈> 시리즈를 대하는 태도에 있을 것이다. <라스트 제다이>가 기존 <스타워즈> 우주로부터 분리독립을 꾀하려는 영화라는 이야기는 이미 위에서 했다. 이는 분명 원대한 야망이며 어쩌면 거대한 시리즈의 후속작이 가져야 할 타당한 자세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시도가 원작 팬들에게는 적지 않은 불만을 일으킬 여지가 있다는 점 역시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라스트 제다이>에서 재등장하거나 재해석되는 캐릭터들, 그 중에서도 특히 루크 스카이워커의 활용은 어느 정도 팬들을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자극할 여지가 있어 보인다. 루크의 캐릭터가 나쁘다거나 하는 의미는 아니다. 하지만 <라스트 제다이>의 루크는 대다수의 팬들이 원했을 루크 스카이워커의 모습(게다가 새로운 영화가 나오지 않았던 지난 10년간 루크 스카이워커는 팬덤 안에서 상당한 신격화가 이루어지기도 했다)과는 상당히 다르며, 특히 그가 이 영화에서 다뤄지는 방식은 어떤 팬들에게는 분명 일종의 배신처럼 비춰질 것이다.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 사진출처 imdb


요약하자면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는 야심찬 영화다. 기존 <스타워즈> 시리즈와는 다른 <스타워즈> 영화이며 스승의 그림자를 벗어나고자 하는 젊은 제자와도 같다. 하지만 아직은 원숙하지 못하다. 전율이 일 만큼 좋은 부분도 있지만 허탈해질 정도로 어이가 없는 부분도 공존한다. 게다가 전율이 이는 부분의 상당수는 사실 기존 <스타워즈>의 인물들이 기존 <스타워즈>식 행동을 할 때다. 시존 <스타워즈>의 화법이 아직도 강한 파괴력을 낼 수 있다는 반증임과 동시에 새로운 삼부작의 뉴페이스들만으로는 아직 약하지 않은가, 의구심을 품게 만드는 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기존 <스타워즈>에게서 탈피하는 것이 과연 옳은 선택인가? 과연 <라스트 제다이>의 원대한 야망은 <스타워즈>의 명성을 몇십 년 더 지속시킬 성공일 것인가, 지나친 의외성의 추구가 낳은 비극일 것인가? 그 답은 아마도 다음 영화가 안고 있을 것이다.



추천

<스타워즈>의 팬

예쁘고 재밌는 영화를 보고 싶으신 분



비추천

<스타워즈>의 팬

논리적이고 맞아떨어지는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



덧. 레이는 여전히 너무 쉽고 편리하게 세진다. 


덧2. 개인적으로는 아담 드라이버의 캐스팅을 아직도 좋아하지 않는다. 어떤 느낌을 의도한 것인진 알겠으나 샤프하고 아슬아슬한 느낌의 배우가 더 어울렸을 거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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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븐(1995)
2017. 10. 5. 13:25 - 북북서


<세븐(se7en)>, 데이빗 핀쳐. 사진 출처 IMDB.


잊을 수 없는 영화가 있다. 내게는 <세븐>이 그렇다. 


이 영화를 처음 끝까지 본 건 고등학교 1학년 때였다. 금요일 밤이었고, 그 당시의 나는 주말이면 친한 형네 기숙사 방에 죽치고 앉아 같이 위닝을 하는 것이 일과였다. 밤이 되면 배가 고팠고, 싸구려 태국 음식을 시켜놓고 나면 먹으면서 볼 게 필요했다. 형은 정체를 알 수 없는 영화들이 가득한 외장 하드를 하나 가지고 있었다. 그 많은 영화들을 어떻게, 어떤 기준으로 받은 건지, 다 보기는 하는 건지 항상 미스터리였다. 그날 우리는 거기서 아무거나 하나를 골라 틀었다. 그게 <세븐>이었다. 그날 밤 나는 제대로 잠들지 못했다.


<세븐>을 분류하자면 범죄 스릴러다. 하지만 아시다시피 이 영화에 장르적 쾌감 같은 건 희박하다. <세븐>은 묵시록이다. 그것도 참혹하고 밀폐된 종류의 것이다. 배경이 되는 도시는 영화 내내 이름이 언급되지 않는다. 인간 사회 전체의 대유로서 의도된 것이다. 살인마 존 도우 역시 마찬가지다. 그저 존 도우라는 신원미상의 가칭으로 불릴 뿐 그에게는 이름이 없다. 그에게는 지문도 없다. 그는 한 인간이라기보다는 하나의 개념이나 상징에 더 가깝다. 조커나 안톤 쉬거의 원형이라고 해도 좋을 것 같다. 그는 죄인을 단죄하는 자인 동시에 그 자체로 거대한, 그리고 중립적인 악이다. 중반부 밀스 형사와 그의 아내는 이런 끔찍한 세상, 즉 존 도우가 존재하는 세상에 아이를 낳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지 고민한다. 그러나 결말에 이르면 그들의 고민은 그저 한없는 오만에 불과하다. 아이를 낳아도 되냐니, 이런 세상에서 아이는 태어나지도 못한다.  


<세븐(se7en)>, 출처 유투브 Movieclips 채널. 젊은 케빈 스페이시.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세븐>의 놀라운 세련됨이다. 개봉한 지 이미 20년이 넘게 지난 영화고, 블리치 바이패스를 통해 화면을 의도적으로 거칠게 연출했음에도 전혀 올드하다는 느낌이 없다. 등장하는 물건들, 가령 자동차 모델이나 타자기에 약간의 시대적 보정만 가한다면 2017년에 찍은 영화라고 해도 위화감이 없을 정도다. 아마도 헐리웃의 유명한 스타일리스트인 데이빗 핀쳐와 어두운 화면을 누구보다 잘 구현한다는 촬영감독 다리우스 콘지의 역할이 컸을 거다. 여기에 영화 내내 쏟아지는 빗줄기를 비롯해 음침하고 폐쇄적인 비주얼이 결합되니 쉽게 비교 대상을 찾기 힘든 묘한 색감의 비주얼이 완성된다


그리고 나서는 그 유명한 결말이 있다. <세븐>이 가진 놀라운 힘의 절반 이상은 이 결말이다. 상자가 열리고 그 안에 뭐가 들었는지를 깨달은 순간의 끔찍함, 그리고 끝내 방아쇠를 당긴 브래드 피트의 울부짖음. 흔히들 반전 영화라고도 하지만 엄밀한 의미에서 반전은 아니다. 다만 쉽게 예상하지 못하는 방향이며(20여 년이 지난 지금은 좀 다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쌓아올린 여러 가닥의 주제를 완벽하게 완결시키는 마무리이다. 사실 이 결말에도 여러가지 버전이 있었다는 것은 최근에야 알았다. 상자에 개의 머리가 들어있는 버전, 서머셋이 존 도우를 쏘아 죽이는 버전, 그리고 지금의 버전 이렇게 세 가지라고 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의 결말이 제일 나은 것 같다. 개의 머리가 들어있는 건 지나친 하위호환이며 서머셋이 존 도우를 쏘아 죽이는 건 너무 구원적이다. 기독교적 텍스트를 대입하자면 서머셋은 선하지만 무력한 천사이지 직접 악을 처단하고 데이비드 밀스, 즉 인간의 영혼을 구원하는 예수 그리스도가 아니다. 


<세븐(se7en)>, 데이빗 핀쳐. 사진 출처 IMDB.


결국 <세븐>은 지독한 악에 관한 영화이며 그 악에 맞닥뜨린 인간의 이야기이다. 이 영화에서 언급되는 죄악은 7가지이다. 성경에서 언급되는 7가지 대죄 바로 그것이다. 어떤 이들은 희생자가 8명이라는 점을 지적하며 숨겨진 여덟 번째 죄악의 단죄가 행해졌다고 해석하기도 한다. 여기서 그 여덟 번째의 죄는 다름아닌 무관심이다. 맞는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다. 사실은 잘 모르겠다. 다른 영화같으면 몇 번 돌려보며 놓친 장면들을 찾아볼 텐데, <세븐>은 그럴 엄두가 안 난다. 다시 그 깊고 숨막히는 이야기로 들어갔다간 또 며칠간 제대로 잠들지 못할 것 같다.




<세븐(Se7en)>


추천

스릴러의 원형이자 고전을 보고 싶으신 분

밀도있는 이야기가 보고 싶으신 분

정신적 고통을 즐기시는 분


비추천

끔찍하거나 잔인한 것을 견디기 힘든 분
꿈도 희망도 없는 영화는 싫으신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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