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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나벨 : 인형의 주인(2017)
2017. 8. 13. 12:55 - 북북서



<애나벨 : 인형의 주인>, 2017, 데이빗 F 샌드버그

사진출처 다음영화


<컨져링> 시리즈의 애나벨 인형은 진짜 진짜 너무 무섭게 생겼다. 영화 설정상으론 애들 인형이던데 아니 세상에 대체 누가 애들 장난감에 저런 흉칙한 얼굴을 달아놓는가 말이다. 잠든 딸 이불이라도 덮어주려 방에 들어갔는데 어둠 속에 저렇게 생긴 게 우두커니 앉아 있어 봐라. 최소 비명이고 눈이라도 마주치면 그대로 심장마비다. 영화 소품이었기에 망정이지 진짜로 저런 게 만들어져서 팔렸다면 엄마 아빠 여럿 실려갔을 게 분명하다(이 시리즈의 모티브인 실제 애나벨 인형은 그냥 귀엽게 생긴 봉제인형이다).


그리고 이 애나벨 인형을 가지고 제작된 영화 <애나벨>은 2014년 당시 전 세계에서 제작비의 10배 가까이를 벌어들인 흥행작이 되었다. 대히트를 친 <컨저링>의 모멘텀이 이어지고 있었던 데다 상기한 애나벨 인형의 크리피함까지 더해지니 스핀오프로서는 유리한 조건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완성도의 측면에서 봤을 때는 다소 미묘하다는 평가를 피할 수가 없었다. 몇몇 시퀀스는 분명 상당히 무서웠지만 대신 그것들을 엮어내는 이야기는 자주 어수선해졌다. 여주인공을 위시한 배우들의 연기 또한 썩 훌륭하고 할 수는 없는 수준이었으며, 서스펜스를 쌓는 기법이나 호러 장치의 참신함이 <컨저링>의 그것에 비하면 신선하다고 하기 어려웠다.


그래서였을까. <애나벨 : 인형의 주인>은 다시 본격적인 하우스 호러로 회귀하였다. 거대한 집이 있고 귀신들린 인형이 있다. 여러가지 이유로 한 무리의 여자애들이 그곳에 들어가 살게 되는데, 이들은 당연히 하지 말란 짓을 하고 들어가지 말란 곳을 들어가며 귀신들에게 온갖 빌미를 다 제공한다. 쇼에 쓰일 배경과 인물, 장치가 소개되는 전반부가 지나가고, 음침한 밤이 되면 애나벨 인형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부지런하게도 첫날 밤부터 바로 말이다. 


무서운가 하면, 무섭다. 제임스 완과 데이빗 F 샌드버그(포스터에 나와있듯 <라이트 아웃>의 감독이다. <애나벨>의 감독은 <인시디어스>시리즈와 <컨저링>의 촬영감독이었던 존 R 레너티가 맡았다)는 하우스 호러의 어떤 경지에 이른 것 같다. 장르 성격상 처음 보는, 완벽히 신선한 트릭은 없음에도 불구하고 시퀀스마다 약간의 트위스트를 섞어 놓았고, 거기에 저 인형이 더해지니 많이 무섭다. <컨저링>의 지하실 박수 시퀀스를 생각해 보자. 닫히는 문, 어둠, 그리고 자꾸 꺼지는 불빛. 뻔한 전개임에도 머리카락이 쭈뼛 서지 않던가. 또한 악역이라 할 수 있는 애나벨 인형 측 악령 역시 역대 <컨저링> 시리즈 중 가장 강하다. 십자가나 성경에도 딱히 영향을 받는 것 같지는 않으며 직접적인 살인이나 물리력의 행사도 마다하지 않는다. <컨저링 2>의 수녀 귀신 역시 강하긴 했으나 이쪽은 자신의 이름과 약점을 미리 알려주는 친절함(...)역시 겸비하고 있었기에 제외한다. 


스토리는 평이하다. 보고 난 뒤 생각해보면 역시 전형적인 스토리인데, 막상 영화를 보는 동안엔 그리 문제가 되지는 않는 느낌이다. 사실 여기서 아무도 예측하지 못하는 미스터리를 짜내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리라는 생각도 들고 말이다. "사실 애나벨 인형은 착한 아이였답니다"식으로 뒤집어엎을 수 있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애나벨 인형이 저 흉칙한 두 눈을 시퍼렇게 뜨고 있는데?


하지만 역시 군데군데 이야기의 요철이라고 할까, 튀어나온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다. 영화가 진행되려면 아이들이 계속 집에 남아 있어야 하는데, 그것을 위한 개연성이 조금 설득력이 약하다거나 하는 식이다. 아니, 누가 봐도 끔찍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데 "오, 너희들 힘들었지, 얼른 가서 자렴."하고 다시 방으로 돌려보내는게 가당한가. 그것도 사람이 죽었는데! 딱히 빠져나갈 수 없다는 설정도 아니고 말이다. 이 정도는 하우스 호러를 성립시키기 위해 어쩔 수 없다고 쳐도, 중간중간에 나오는 "직접적인" 장면들도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다. 일단 <컨저링>이나 <컨저링 2>보다는 잔인한 영화인 만큼(잔혹하게 죽는 피해자들이 나온다) 악령 자체도 상당히 직접적으로 묘사된다. 대부분의 시퀀스에서 그 기능에 충실한 편이나, 간혹 서스펜스를 터뜨려줘야 할 부분에서 그 디자인이라던지, 보이스톤이라던지가 지나치게 상투적이라 조금 역효과가 나기도 한다(이는 <컨저링>시리즈의 서스펜스가 대부분 원패턴인데서 기인하는 점도 있다. <컨저링>, <인시디어스>등의 무서운 장면은 대부분 이상한 일의 발생 -> 낚이는 인물 -> 이상한 일 2(여기서 복선을 회수) -> 소오름 -> 도망가려 하나 실패 -> 갑자기 평화로움 -> 끝인가? -> 쾅 의 패턴으로 이루어져 있다)


전작 <애나벨>은 컬트 살인마의 혼이 애나벨에 들어간 것이 애나벨 인형의 기원이라 그렸다. 하지만 제임스 완은 조금 약하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애나벨 : 인형의 주인>에서 애나벨 인형의 기원은 다소 스케일이 커졌다. 그리고 이야기는 원을 그리며 다시 <애나벨>과 이어진다. 접합부는 어떤가 하면, 나무랄 데 없는 것 같다. 원제가 Creation인데 그것을 인형의 주인이라 번역한 것이 조금 의아했으나 끝에 가서는 이해하게 된다. 엄밀히 말하면 <애나벨 : 인형의 주인>은 애나벨 인형이 아니라 그 주인, 애나벨 히긴스의 영화이다. 원작(...)이라고 해야 하는지, 실제 애나벨 사건에 대한 오마주도 등장하니 신경을 많이 쓴 티가 난다.


요약하자면, <애나벨 : 인형의 주인>은 썩 잘 만든 호러 영화이다. <컨저링>과 <컨저링 2>의 스타일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으면서 개인적으로는 조금 더 무서웠다. <컨저링> 시리즈를 좋아했다면 좋아할 영화이다. 무서운 영화를 찾는대도 좋아할 영화이다. 영화 평을 캡쳐한 짤이 유행이던데 실제로 뒤에 앉은 분이 자꾸 팝콘을 뿌리시더라.


<애나벨 : 인형의 주인>


추천

여름이고 하니 무서운 게 땡기시는 분

<컨저링>시리즈를 재밌게 보셨던 분

인형이 무서우신 분


비추천

아귀가 딱딱 맞는 호러를 좋아하시는 분

복잡한 미스터리를 좋아하시는 분

무서운 걸 싫어하시는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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