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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스 큐 디자인이 적용된 ASUS 제피러스. 사진출처 techradar.com.


성능과 휴대성의 트레이드오프는 오랫동안 게이밍 노트북 업계의 난제였습니다. 높은 성능은 필연적으로 무지막지한 전력 소모와 그에 따른 높은 발열을 동반합니다. 이 발열을 완벽히 해소하려면 쿨러와 히트 파이프 등 부가적인 부품과 공간이 많이 필요한데, 이러면 당연히 노트북이 엄청나게 커지죠. 가지고 다닐 수 없는 노트북은 사실 동급의 데스크탑과 비교했을 때 메리트가 거의 없죠. 특히 가격이 거의 두 배가 차이가 나는데요. 하지만 그렇다고 발열 해소에 신경을 쓰지 않으면 30분도 채 되지 않아 쓰로틀링이 걸려 버리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게임을 제대로 할 수 없는 게이밍 노트북이라니, 그게 대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그래서 게이밍 노트북 제조사들은 항상 성능과 휴대성 사이에서 끝없이 고민해왔습니다. 분명 게이밍 노트북이라는 제품군에 대한 수요는 있는데, 이를 만족시키기가 까다로운 거죠. 비록 엔비디아에서 파스칼 아키텍쳐를 내놓으며 게이밍 노트북에 일대 혁명이 일어나긴 했지만, 이 성능과 휴대성의 근본적인 이율배반은 여전합니다. 사실 열역학이 준거하는 한 완전히는 해결될 수 없는 문제기도 하고요. 하지만 그렇다고 제조사들이 가만히 있지는 않습니다. 2017년 9월 현재, 성능과 휴대성 두 가지 사이의 최적의 밸런스를 잡아내려는 두 가지 시도가 나름대로 성공을 거두고 있습니다. 바로 eGPU와 맥스 큐 디자인이 그것입니다.



1. eGPU


레이저 코어. 사진 출처 Laptop Mag


첫번째는 eGPU입니다. External GPU의 약자로, 번역하자면 외장 그래픽카드가 되겠으나 그렇게 지칭할 시 CPU 내장 그래픽카드(인텔 아이리스 등)과 반대되는 개념으로서의 그래픽카드와 혼동될 여지가 있기 때문에 주로 eGPU라고 불립니다. 말 그대로 그래픽 카드 동작만을 위한 별도의 시스템(작은 NAS 케이스를 연상하시면 되겠습니다)을 구축한 뒤 노트북에 연결하는 구조입니다. 이렇게 되면 그래픽 카드의 전력 소모와 발열을 완전히 분리된 장치가 해결해 주기 때문에 노트북 자체는 전혀 그 부분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없죠. 


사실 이런 식으로 그래픽카드를 노트북 밖으로 빼는 시도는 상당히 예전부터 있어오긴 했습니다. 주로 그래픽 작업을 하는 맥북 사용자들에 의해서였는데요, 대개의 경우 USB를 비롯한 포트 대역폭의 한계로 그리 효율적인 결과를 내진 못했습니다. 하지만 점차 더 넓은 대역폭의 연결들이 개발되기 시작하면서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게이밍 노트북 제조사가 이 eGPU를 본격적으로 도입한 최초의 사례는 아마도 에일리언 웨어의 그래픽 앰프(Graphics Amplifier)였을 겁니다. 


에일리언웨어 그래픽 앰프. 사진 출처 PCWorld.


이렇게 생겼습니다. PCI-E 단자를 이용해 노트북과 연결되는 것이 특징이죠. 그래서 에일리언 웨어의 게이밍 노트북은 모두 뒷면에 PCI-E 포트를 가지고 있습니다. 반면 조금 뒤에 발표되어 뜨거운 반응을 얻은 레이저의 코어는 썬더볼트 3 단자를 이용합니다. 이론상 썬더볼트 3의 대역폭은 40gb/s입니다. 반면 PCI-E는 무려 128gb/s의 대역폭을 가지죠. 그럼 에일리언 웨어가 훨씬 좋은 거 아닌가, 싶지만 사실 에일리언 웨어의 그래픽 앰프는 32gb/s의 대역폭 제한이 걸려 있습니다. 아무리 현세대 그래픽카드라도 저렇게나 넓은 대역폭까지는 필요가 없으니까요. 다음 세대 아키텍쳐인 볼타가 나와봐야 확실해지겠지만 아마 당분간은 저정도의 대역폭으로도 충분하다는 생각인 것 같습니다. 


레이저 코어가 한바탕 큰 반향을 불러 일으킨 후 현재 eGPU 박스의 표준은 썬더볼트 3입니다. 국내에서는 한성이 들여온 아키티오 노드가 유명하죠. 노트북 제조사는 아니지만 해외의 바이즌(Bizon) 역시 저렴한 가격으로 인기가 높습니다. 이 eGPU의 장점은 썬더볼트 3 포트만 있다면 사실상 모든 노트북에 연결이 가능하며(하지만 USB-C 포트라고 다 썬더볼트 3 포트는 아니므로 주의를 요합니다) 노트북 그래픽카드 발열에 대한 거의 완벽한 대책이라는 점입니다. 평소에는 가볍게 들고 다니다가 집에 와서 eGPU를 연결한 후 게임을 구동하는 것이 가능해지니 말입니다. 게이밍 노트북이 아니라 그냥 일반 노트북이라도 전혀 상관이 없죠. 그런 경우에는 아무래도 저전력 CPU가 조금 발목을 잡긴 하겠습니다만.


단점이라면 역시 가격이 있겠습니다. 아키티오 노드는 현재 30만 원 대, 레이저 코어는 499달러니까 거의 60만 원을 호가합니다. 여기에 그래픽카드는 따로 사야 하니 사실상 70 ~ 80만 원 이상이 드는 것이죠. 게다가 성능 역시 완벽한 것은 아니에요. 그래픽카드를 밖으로 뺀다는 특성 상 현재까지는 같은 카드를 넣은 데스크탑과 비교했을 때 10~15% 정도의 성능 저하가 일어납니다. 여기서 만약 외장 모니터가 아니라 노트북 자체 모니터로 데이터를 루프 백 한다면 10~15%의 손실이 더 일어나죠. 여러모로 아직 완전한 기술은 아닌 셈입니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앞으로의 발전이 기대가 되는 분야인 것은 확실합니다.




2. 맥스 큐(Max-Q) 


맥스 큐 디자인이 적용된 ASUS 제피러스. 사진출처 techradar.com.


맥스 큐(Max-Q)는 세계 최고의 그래픽카드 제조사 엔비디아에서 발표한 새로운 "디자인"입니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기술이 아니라 디자인이라는 것입니다. 맥스 큐는 새롭거나 진보된 기술이 아니라 노트북 그래픽카드에 대한 새로운 접근에 가깝습니다. 본래 맥스 큐란 항공우주공학에서 쓰는 용어로 공기역학적 압력이 가장 강한 지점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여기서는 노트북 그래픽 카드의 소모 전력 대비 퍼포먼스 그래프 중 최적의 밸런스를 가진 지점을 의미합니다. 그 그래프는 이렇게 생겼습니다.


사진출처 LaptopMag


그래프를 보면 소모 전력이 늘어날수록 그래픽 카드의 퍼포먼스 또한 증가합니다. 하지만 표시된 부분, 저 정점을 지나면 소모 전력 대비 퍼포먼스의 상승률이 급격히 낮아져요. 저 지점을 지나면 성능의 증가가 너무 비효율적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이죠. 맥스 큐 디자인은 바로 그래픽카드를 언더클럭해 딱 저 부분에서 구동하게 만드는 디자인입니다. 자연히 퍼포먼스 자체는 떨어집니다. 하지만 소모 전력과 그로 인한 발열, 그리고 그 발열을 해소하기 위한 팬의 소음까지 획기적으로 줄어들죠. 기존의 노트북용 GTX 1080의 파스 점수는 약 21K 정도입니다. 반면 맥스 큐 디자인이 적용된 GTX 1080은 약 18K에요. 3,000점 정도의 차이가 나는 셈입니다. 하지만 TDP는 165W에서 100W로 현격하게 감소합니다. 이는 그만큼 배터리가 오래 간다는 뜻이며 발열이 적어진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발열이 훨씬 적기 때문에 노트북이 작고 얇아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사진출처 LaptopMag


GTX 880m이 장착된 노트북과 맥스 큐 디자인이 적용된 GTX 1080 노트북의 차이입니다. 물론 엔비디아 자체 자료라 조금 과장이 섞여있음을 감안해야 합니다. 사실 아키텍쳐가 두 세대나 차이가 나는데 그렇게 유의미한 비교는 아닌 것 같기도 하고요.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두께가 3분의 1, 무게가 절반으로 줄어든 사실은 놀랍습니다. 이 맥스 큐 디자인의 장점을 가장 잘 살린 노트북은 위에도 두 번 등장한 아수스의 제피러스입니다. GTX 1080을 달고 있으면서도 18mm의 놀라운 두께를 자랑하죠(맥북 프로가 15mm인데!). 이는 게이밍 노트북의 휴대성에 있어 크나큰 변혁이며 실로 희망적인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물론 단점은 있습니다. 아수스를 비롯해 MSI, AORUS, 에일리언웨어 등의 제조사들이 맥스 큐 디자인의 노트북을 내놓고 있지만 그 가짓수가 많지 않으며 대부분이 GTX 1070, 1080를 사용하고 있어요. GTX 1060의 경우 맥스 큐 디자인이 1070이나 1080처럼 다이나믹한 효과를 가져오지 못하기 때문이죠. 일반 노트북용 GTX 1060의 TDP는 80W인데 반해 맥스 큐 GTX 1060의 TDP는 60~70W입니다. 분명 유의미한 변화이나 1070이나 1080만큼 큰 차이는 아닌 것입니다. 따라서 현재 대부분의 맥스 큐 노트북들은 가격대가 상당합니다. 2,000달러 이상을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아직 나온 지 반 년도 채 되지 않은 디자인이기 때문에 조금 더 기다려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게이밍 노트북은 사실 다소 어중간한 입지의 제품군입니다. 휴대성으로는 일반 노트북에 뒤떨어지고, 성능으로는 데스크탑에 비빌 수가 없죠. 이는 사실 태생적인 한계와도 같습니다. "게이밍"과 "노트북"은 사실 그다지 어울리는 조합이 전혀 아니니까요. 하지만 어떻게든 가지고 다닐 수 있는 게이밍 시스템을 만드려는 이들은 언제나 존재해 왔습니다. eGPU와 맥스 큐는 그런 게이밍 노트북들의 한계를 한 단계 더 넓히려는 시도입니다. 얼마나 성공적일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그럼에도 분명 각자의 장점이 뚜렷한 매력적인 시도임은 부정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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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해킹 타입-S 타건 영상. 출처 유투브 KeyChatter.com.

◆ 배열로 분류하기

1. 풀배열 키보드

필코 마제스터치 2 하쿠아. 사진 출처 Mechanicalkeyboards.com


가장 일반적인 배열로 풀사이즈 키보드, 혹은 100% 키보드라고도 한다. 기본 문자키와 숫자열, 펑션키(F1~F12), 방향키, 그 위의 기능키 여섯 개, 그리고 오른쪽의 숫자패드까지 모두 포함한 배열이다. 국가별, 그리고 제조사별로 키보드의 구체적인 배열이 조금씩 다르게 때문에 정확한 기준은 존재하지 않으나 보통 104 ~ 108키 정도로 구성되어 있다. 간혹 게이밍 키보드들이 이 108키에 더해 추가적으로 매크로 키라던지 볼륨 조절 키 등 특수 키들을 더 달고 나오는 경우가 있으나 유의미한 구분을 하지는 않는다.

장점 필요한 모든 키가 다 달려있기 때문에 가장 무난하며 일반적인 의미에서 가장 편한 배열이다. 키캡을 갈아끼우기에도 편리하다.

단점 딱히 없으나 굳이 찾으라면 책상 위에서 차지하는 자리가 크다는 점을 들 수 있겠다. 



2. 텐키리스 키보드

필코 마제스터치 크림치즈 텐키리스. 사진 출처 Mechanicalkeyboards.com.


풀배열 키보드에서 우측의 숫자패드(텐키)가 제거된 형태로, 그래서 텐키가 없다는 뜻의 텐키리스(Tenkeyless)라고 한다. 80%의 사이즈라고 80% 키보드, 혹은 최초의 텐키리스 키보드였던 IBM의 SpaceSaver 모델을 따라 세이버 키보드라고도 부른다. 


장점 우측의 숫자패드가 빠졌기 때문에 길이가 짧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 기존 풀배열 키보드는 키보드의 타이핑하는 영역과 마우스가 상당히 떨어져 있어 장시간 타이핑을 할 때 몸이 왼쪽으로 쏠려 불편한 현상이 일어나는데, 텐키리스의 경우엔 마우스가 방향키 바로 옆에 붙게 되므로 그런 걱정이 훨씬 덜하다. 길이가 짧으니 책상에서 차지하는 크기도 작다.


단점 우측의 숫자패드가 빠졌기 때문에 숫자를 입력할 때 반드시 위의 숫자열을 이용해야 한다는 점이 큰 단점이다. 짧은 숫자라면 별 문제 없겠으나 긴 숫자를 자주 입력해야 하는 사람의 경우 굉장히 불편해지는 수가 있으므로 주의.



3. 미니 키보드


해피해킹 프로페셔널2. 사진 출처 아마존.


텐키리스에서 조금 더 극단적으로 크기를 줄인 형태이다. 60% 키보드라고도 하며 보통 방향키과 방향키 위의 기능키, 그리고 맨 위의 펑션키 열까지 없앤 경우가 많다. 구체적인 레이아웃의 형태는 제조사마다, 키보드마다 다르며 미니 배열에 방향키를 우겨 넣은 배열, 방향키와 페이지 업, 다운 키를 넣은 배열, 아니면 더욱 극단적으로 문자열과 최소한의 기능키만을 넣은 배열 등 천차만별이다. 


기본적인 미니 레이아웃인 볼텍스 포커 3. 사진 출처 Mechanicalkeyboards.com.


볼텍스 레이서 3. 방향키와 기능키를 어떻게든 우측에 우겨넣었다. 사진출처 아마존.


반면 레오폴드의 FC660C는 방향키와 Insert/Delete를 남겨놓은 형태. 사진 출처 Mechanicalkeyboards.com



가장 극단적인 볼텍스의 코어 40% 모델은 숫자열까지 없애버렸다. 사진출처 아마존.



장점 작다. 작고 컴팩트하기 때문에 일하는 공간의 정리가 가장 깔끔하며 가지고 다니기에도 좋다. 또한 일반 키보드와는 전혀 다른 예쁘고 힙한 생김새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장점이다. 


단점 역시 일반적으로 쓰이는 배열이 아니고 키들이 많이 삭제된 형태이기 때문에 풀배열 혹은 텐키리스 키보드만 쓰던 사람이 접하면 매우 난감하다. 물론 펑션 버튼과 조합하면 불가능한 것은 없으나 당장 저 키보드로 문서작업을 한다고 생각해 보자. 각종 단축키를 평소처럼 쓸 수 있겠는가? 아마 아닐 것이다. 물론 이는 오래 사용하면 익숙해지는 부분이며 변태배열로 유명한 해피해킹 사용자 중에는 단언컨대 해피해킹이야말로 완벽한 배열의 키보드라 주장하기도 하니 사람의 적응력을 무시해서는 안 되겠다.



4. 기타 배열


POS 배열


AKC 114. 사진 출처 Access-is.com.


편의점이나 백화점에서 볼 수 있는 그것이다. POS(Point of sales, 판매시점관리)를 위해 쓰이는 키보드로 부가적인 키도 많고 배열 자체도 제각각 다르다. 일반적인 사용자가 접할 이유는 전혀 없는 키보드 배열이나 간혹 게이머들이나 작곡가 등 많은 단축키를 쓰는 사람들이 하나 구해다가 키바인딩을 해놓고 쓰는 경우가 있다.



인체공학적 배열



키네시스 어드밴티지 2. 사진 출처 아마존


어고노믹 키보드(Ergonomic Keyboard)라고 하며 손목과 손가락에 가장 무리가 가지 않는 배열을 추구해 만들어진 키보드들이다. 이것도 물론 제조사마다, 제품마다 디자인과 배열이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오른손과 왼손을 분리하며 각각 손을 한번 얹은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고 손가락만 뻗어 원하는 키를 누를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는 배열


레오폴드 FC980M. 사진 출처 Mechanicalkeyboards.com


말 그대로 정형화된 배열이 아니어서 딱히 뭐라고 이름을 붙이기 애매한 배열들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윗 사진의 FC980M이다. 얼핏 보면 텐키리스 같지만 사실 텐키는 있으며 대신 텐키와 문자키 사이에 들어가는 기능키를 깔끔히 날려 버렸다. 오른쪽 아래의 한/영키나 한자 키, 쉬프트 키의 사이즈와 위치를 조절해 공간을 만든 다음 거기에 방향키를 박아넣은 건 덤이다. 풀배열도 아니고 텐키가 있으니 텐키리스도 아니니 이걸 대체 뭐라 불러야 하는가. 굳이 따지자면 80% 키보드라는 명칭이 가장 근접할 것 같기는 한데...


여하튼 이처럼 제조사 별로 비정형화된 배열을 만드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에는 그냥 어떤 이점이 있길래 이런 배열이 나왔는지를 파악하면 되겠다. 대신 이런 경우 기존의 기성품 키캡이 잘 맞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다음 편에서 계속. 각 제조사별 특징과 추천 모델을 알아볼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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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텍스 코어 청축 타건영상. 출처 유투브 Rhinofeed 채널.


 작동방식으로 분류하기(계속)


5. 정전용량 무접점 방식 키보드


리얼포스 87u 45g 타건영상. 출처 유투브 KeyChatter.com 채널


보통 줄여서 무접점 키보드라 부르며 흔히들 키보드계의 끝판왕이라 일컬어진다. 물리적인 접점이 닿아야 입력 신호가 생기는 다른 키보드들과 달리 캐퍼시터(축전기)의 축전량 변화를 측정하여 키 입력을 감지하는 구조이다. 멤브레인도, 기계식도 아닌 제 3의 키감을 보여주며 많이 쓰는 표현을 빌리자면 '초콜릿을 부러뜨리는 느낌'이 난다. 굳이 비교하자면 기계식보다는 멤브레인에 가까운데, 이는 구조상 러버돔이 들어가기 때문이기도 하다. 소음의 경우에는 기계식보다는 조용하나 멤브레인보다는 시끄럽다. 보통 도각도각, 혹은 포각포각이라고 표현한다.


이 무접점 스위치의 제조사는 거의 두 회사밖에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하나는 일본의 토프레,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중국의 노뿌이다. 일반적으로 오리지널인 토프레의 스위치가 훨씬 고오급으로 여겨지며 따라서 2~30만원을 호가하는 고오급 무접점 키보드에 들어간다. 노뿌는 애초에 후발주자이기도 하고 아직까지는 토프레의 그 느낌을 완벽히 따라잡지 못해 저가형 무접점 키보드에 사용된다. 물론 무접점 키보드 자체가 비싸기 때문에 저가형이래봐야 10만원을 호가하는 건 함정. 


장점 단연 특유의 키감이 무접점 방식 최대의 장점이다. 기계식 키보드로 키보드에 입문한 사람들이 결국은 무접점 키보드에 안착하는 경우가 흔하며 그만큼 쫄깃한 감각이 있다. 


단점 일단 비싸다. 앞서 말했듯 저가형 모델이 10~15만원을 넘나들며 고급형 제품군은 20~40만원이다. 게다가 특유의 키감이 의외로 호불호가 갈리기 때문에 '좀 비싼 멤브레인 같다', '내 손엔 안 맞는다'며 구매를 후회하는 사람들도 분명 있다. 시장 자체가 협소하기 때문에 제조사도 별로 없고, 그래서 선택할 수 있는 제품의 폭이 넓지 않다는 것도 단점이다. 특히 요즘 게이밍 기어 시장의 대세인 화려한 LED는 기대하지 말자.


추천 무접점 키보드 자체가 많이 없기 때문에 사실 추천이라고 할 만한 것도 없다. 돈이 많다면 망설이지 말고 토프레 스위치의 리얼포스와 해피해킹으로 가자. 일반적인 용도라면 리얼포스, 변태적인 키 배열도 상관 없다면 해피해킹이 정석이다. 역시 토프레 스위치를 쓰는 국내 기업 레오폴드 사의 무접점 라인업 FC660C와 FC980C도 호평이 자자하니 생각해 보자. 그만큼 돈을 쓰기 아깝다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의 한성의 무접점 키보드를 염두에 두는 것이 좋겠다. 앱코 키보드는 마감이 썩 좋지 못하다는 평이 많고 쿨러마스터 노바터치는 개인적으로는 권하지 않는다. 분명 좋은 키보드이나 가격에 비해 영 어중간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6. 기타 


버클링 스프링 키보드 멤브레인 스위치와 기계식 스프링이 동시에 들어가는 구조의 키보드이다. 키를 누르면 스프링이 압축되다가 옆으로 휘어지면서(!!) 공이치기가 멤브레인 스위치를 가격, 입력 신호가 발생하는 방식이다. 멤브레인 스위치를 사용하기 때문에 굳이 따지자면 멤브레인 키보드가 맞겠으나 그 키감이나 구조가 독특하기 때문에 보통 버클링 스프링 키보드, 혹은 좌굴식 키보드라고 따로 구분한다.


키감 자체는 기계식, 특히 청축과 그나마 비슷한 편이며 키를 누를 때마다 철-컹, 철-컹 하는 소리가 나기 때문에 소음이 많이 발생하는 방식이다. 러버돔이 아니라 스프링을 사용하기 때문에 수명이 길며 내구성 역시 뛰어나다. 이 방식의 키보드는 역시 IBM 사의 모델 M 키보드가 가장 유명하다. 현재는 유니컴프에서 라이센스 생산하고 있다.


레이저 키보드 특수한 프로젝터로 평평한 바닥에 키보드 모양을 그려낸 다음 그걸 누르면 손가락의 움직임을 읽어서 임력으로 변환하는 키보드이다. 핵심은 손가락의 움직임을 읽는 센서이며 바닥에 키보드 모양을 그리는 레이저가 특수하다거나 한 것은 전혀 아니다. 장점으로는 가격이 30달러 정도로 생각보다 저렴하고 굉장히 미래적인 간지가 난다는 점이 있겠다. 하지만 아직은 기술이 충분히 성숙하지 못한 상태라 물리적인 키보드를 대체하는 것은 전혀 불가능하다. 사실상 맨 바닥을 누르는 것이기 때문에 키감이라는 것도 없고 당연히 센서가 물리적인 스위치만큼 정확하지도 못해 오타나 입력 오류가 있다. 일단은 이런 게 있다는 것만 알아 두자.


터치스크린 키보드 말 그대로 전용 터치스크린에 키보드를 띄운 뒤 입력을 감지하는 방식이다. 과거 SKY의 슬라이드폰 매직키패드에 채용되었던 적이 있으며 현재는 스마트폰이나 타블렛 등에 응용되어 전용 스크린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 다른 프로그램과 같은 화면을 공유하도록 하는 소프트웨어 키보드의 형태로 발전하였다. 그러나 물리적인 키보드에 터치스크린 키보드를 융합해 입력의 다양성을 꾀하려는 시도는 항상 있어 왔으며, 2016년 애플이 맥북 프로의 키보드에 터치 바를 삽입하며 또다른 가능성을 발견하게 되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 키보드의 여러 가지 배열을 알아볼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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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9. 18. 16:58 - 북북서


KBC 포커 2 적축 타건 영상. 출처 유투브 Rhinofeed 채널.

작동방식으로 분류하기(계속)

4. 기계식 키보드

레오폴드 FC750R 갈축 타건영상. 출처 유투브 Jayin Lee 채널.


드디어 기계식 키보드 차례다. 현재 키보드 문화의 메인스트림이자 가장 핫한 방식의 키보드다. 고오급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인데 사실 이는 최근 들어 진행된 고급화의 결과로, 멤브레인 키보드가 발명되기 전에는 기계식 키보드가 일반적으로 흔하게 쓰이는 키보드였다. 값싸고 조용한 멤브레인 키보드가 보급되자 한동안 자취를 감췄으나, 2000년대가 넘어가면서 특유의 키감을 잊지 못한 마니아층이 형성되었고 멤브레인과 차별화를 위해 고급화가 진행, 마침 폭발적으로 커지는 게임 산업과 맞물려 성장한 게이밍 기어 시장을 장악한 것이 지금의 기계식 키보드다. 


처음으로 기계식 키보드를 접한 이들이 가장 놀라는 부분은 바로 무게다. 기계식 부품들이 들어갈 뿐더러 스위치를 고정하기 위한 보강판이 썡 금속으로 되어있기 때문에 들어보면 상당히 묵직하다. 또한 멤브레인보다 키압이 낮다고 잘못 알려져 있는 경우가 있는데 사실이 아니다. 입력 키압 자체는 기계식 키보드가 더 높다. 기계식 키보드는 스프링을 사용하는 구조 상 누를수록 압력이 강해지기 때문에 시작 키압이 가벼우며 거기에 경쾌한 소리와 촉감이 있기 때문에 더 가볍게 눌리는 듯한 느낌을 준다고 보는 쪽이 맞다.


장점 키감은 분명 개인차의 영역이지만 기계식 키보드가 멤브레인 키보드보다 일반적인 기준에서 봤을 때 키감이 좋다고 느껴질 여지가 많다. 또한 물이나 각종 오염 물질에서만 보호해 준다면 거의 반영구적인 수명을 자랑한다.


단점 비싸다. 좋은 키보드를 구하려면 10만원 이상 쓸 각오를 해야 한다. 소음이 상당하다는 점도 단점인데, 아무리 조용한 기계식 키보드라도 멤브레인만큼 정숙하지는 못하며 이는 사용 장소에 약간의 제약이 있음을 뜻한다.


메커니즘을 보자면 스프링과 기계식 스위치를 그 핵심으로 한다. 같은 기판의 같은 모델이어도 이 스위치(축)의 종류에 따라 그 키감과 장단점이 확연히 나뉘기 때문에 대충 무슨 축이 어떤 특성을 가지고 있는지 정도는 알아두는 것이 좋다. 색깔+축을 붙여 부르며, 일반적으로는 독일의 체리 사가 만든 구분을 따른다. 일반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하는 네가지 축은 다음과 같다.


청축 


덱 프랑슘 청축 타건영상. 출처 유투브 GSX-S1000F SUZUKI 채널. 


클릭(Click)이라고도 한다. 슬라이더가 파란 색이라 청축이다.가장 일반적인 축이자 가장 기계식 키보드다운 축이다. 높고 경쾌한 찰칵찰칵 소리를 내며 손끝에 살짝 걸리는 느낌을 준다. 이 손끝에 살짝 걸리는 느낌 덕분에 입력이 되고 안 되고의 구분이 확실하며, 키가 확실히 눌렸는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한 격투게임이나 리듬게임같은 장르의 게이머들이 즐겨 찾는다. 기본이 되는 체리 사의 청축은 정갈하고 맑은 느낌인 반면 오테뮤 사의 청축은 보다 찰지고 거친 소리가 난다. 


추천 묻지마 A/S와 기괴할 정도로 친절한 사후지원으로 유명한 덱 사의 헤슘과 프랑슘이 체리 청축의 정석이라고 할 만 하다. 가성비를 찾는다면 5만원대에서 체리 청축을 써볼 수 있는 한성의 GTune MCF7도 좋겠다. 보통 체리 축 키보드들이 10만원을 우습게 넘는다는 걸 생각해보면 어마어마한 혜자다.



갈축


레오폴드 FC750R 갈축 타건영상. 출처 유투브 Jayin Lee 채널.


넌클릭(Non-click)이라고도 한다. 슬라이더가 갈색이라 갈축이다. 청축과 비슷하지만 청축보다 부드러운 키감을 가지고 있으며 크게 찰칵거리는 대신 작고 조용한 구분감을 준다. 입력 키압 자체도 청축에 비해 낮아 장시간 타이핑시 손에 무리가 덜하다. 기계식 키보드 특유의 손맛은 원하지만 청축의 요란한 소음이 부담스러운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추천 레오폴드 사의 FC900R과 FC750R, 미니 배열도 괜찮다면 FC660M이 명작으로 평가받는다. 키캡의 각인이 잘 지워진다는 문제점이 있었으나 최근 개선판이 발매되며 완전체가 되었다. 키캡이 ABS이긴 하나 역시 갈축계의 클래식이자 스테디셀러인 필코 사의 마제스터치 역시 유명하다.


흑축


매직포스 68 흑축 타건영상. 출처 유투브 Stabilized 채널.


리니어(Linear)라고도 한다. 슬라이더가 검은 색이라 흑축이다. 청축과 갈축과는 달리 중간에 구분감을 주는 부품이 없다. 따라서 찰칵거리는 소리가 나지 않으며 눌렀을 때 손끝에 걸리는 느낌이 없이 바닥까지 쭉 내려간다. 하지만 그만큼 강한 스프링을 쓰기 때문에 반발력이 강하며, 키압 자체도 다른 축들에 비해 높아 장시간 타이핑 시 손에 부담이 비교적 크다. 하지만 이 특유의 쫀득한 키감에 한 번 빠지면 헤어나올 수 없다고 전해지는 등 어느정도 마니아층이 있는 축이기도 하다.


추천 레오폴드 사의 흑축이 무난하다. FC750R과 FC900R, 미니 배열도 괜찮다면 FC660M. 다만 레오폴드의 흑축은 타 제조사의 흑축보다 조금 키압이 낮은 경향이 있다고들 하니 참고하자. 덱과 바밀로의 흑축 라인업도 평가가 좋다. 



적축



역시 리니어(Linear)라고도 한다. 슬라이더가 빨간색이라 적축이다. 흑축에서 파생되어 나온 축이며, 기본적인 구조는 흑축과 동일하지만 흑축보다 약한 스프링을 써서 키압을 굉장히 많이 낮춘 것이 특징이다. 일반적인 기계식 키보드 중에 가장 키압이 낮다고 알려져 있으며, 키압이 낮으니 키 입력까지 걸리는 시간도 가장 적어 빠른 입력이 중요한 게이머들에게 인기가 많다. 하지만 너무 가벼운 키압 때문에 키보드에 손을 올려놓기만 해도 입력이 되어버려 플래시가 빠지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주의. 참고로 오테뮤 사의 적축은 체리 사의 적축보다 키압이 무겁다. 


추천 주로 게이머들에게 어필하는 축이니만큼 커세어 사의 K70을 위시한 적축 라인업이 유명하다. 다만 보다 저렴한 구매를 위한 배송 대행을 회사 차원에서 받아들이지 않고 있어 해외 직구가 불가능하다는 점은 알아둘 것.



다음 편에서 계속. 키보드의 끝판왕이라 불리는 정전용량 무접점 키보드와 기타 다른 키보드를 다룰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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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보드 길라잡이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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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키 Shine II 갈축 타건 영상. 출처 유투브 Rhinofeed 채널



■ 시작


사실 키보드는 키만 잘 눌리면 장땡이다. 분하지만 반박할 수 없다. 사은품으로 낑겨주는 몇천 원 짜리 싸구려 키보드나 30만원을 호가하는 해피해킹 키보드나 근본적인 기능 자체의 차이는 전혀 없다. 매일 굉장히 많은 양의 타이핑을 하는가? 지금 쓰는 키보드 때문에 손목이나 손가락이 아픈가? 지금 쓰는 키보드가 부서졌거나 고장이 났는가? 아니라면 당신은 굳이 비싼 기계식/무접점 키보드를 구매할 필요가 없다고 봐도 좋다. 


하지만 근본적인 기능에서 벗어나 부가적인 요소로 들어간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기계식/무접점 키보드를 위시한 비싼 키보드들은 분명 싼 키보드와는 다른 종류의 감각을 선사한다. 더 편하고, 관능적이다. 키를 눌렀을 때 미세하지만 확연하게 느껴지는 차이가 있다. 이 작은 차이가 그렇게 큰 가격차 만큼의 가치가 있는가? 나는 분명히 그렇다고 믿는다. 업무의 능률적인 면에서든, 감성적인 만족감이든 말이다.


이 시리즈는 나와 같은 믿음을 가진 이들을 위해 민망함을 무릅쓰고 쓰는 키보드 입문서이다. 더 방대하고 더 정확한 정보를 위해서는 관련 커뮤니티를 찾아가 볼 것. 대표적인 커뮤니티들은 다음과 같다. 


키보드매니아

쿨엔조이 키보드/마우스 게시판

OTD

키보드랩




■ 키보드의 종류


키보드는 크게 작동방식배열의 2가지 기준으로 분류할 수 있다. 


◆ 작동방식으로 분류하기


1. 멤브레인 키보드


델 KB212-B 타건 영상. 출처 유투브 hachi8free 채널


멤브레인 키보드는 가장 흔하고 기본적인 종류의 키보드다. 이태껏 키보드에 큰 관심을 두지 않고 살아왔다면 아마 이 키보드를 쓰고 있을 확률이 높다. 얇은 플라스틱 막을 겹쳐서 만든 스위치이며, 대부분의 경우 러버돔이라 불리는 둥근 고무의 반발력으로 키감을 형성한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멤브레인은 스위치의 종류이며 러버돔은 반발력을 위한 부품이기 때문에, 멤브레인 키보드라고 반드시 러버돔을 사용하지는 않으며 반대로 러버돔을 사용한다고 멤브레인 키보드도 아니다. 대부분의 경우 그렇다는 이야기.


키감 부드럽고 물컹거린다. 


장점 가격이 싸다. 싼 제품은 만 원, 아니 몇천 원으로도 충분하며 가장 대중적인 방식이기 때문에 구하기도 용이하다. 따로 소음을 낼 만한 기계적인 장치가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모든 키보드 중에 대체로 가장 조용하다. 기계식 키보드에 비해 품질이 떨어진다는 인식이 있지만 일반적으로 저가형 제품이 절대다수이기 때문에 그런 것일 뿐 고급형 제품군은 상당한 키감과 만듦새를 보여주기도 한다. 


단점 싼 만큼 수명이 짧다. 거의 반 영구적인 기계식 키보드와는 달리 사용할 수록 러버돔이 경화되어 뻣뻣해지는 현상이 발생한다. 키감 자체도 장시간 타이핑 시 손에 피로가 쌓이는 경향이 있으며 이는 작가, 프로그래머 등 장시간 타이핑을 지속하는 직업군이 결국 기계식/무접점 키보드를 알아보게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또 하나의 단점으로는 대부분의 경우 동시입력을 지원하지 않는다. 보통 6 ~ 8개 이상의 키를 빠르게 누를 경우 입력이 씹히는데, 일반적인 용도에서야 큰 문제가 없지만 게이머들에겐 치명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물론 아예 게이밍 키보드로 나온 제품군은 예외이다.


추천 클래식한 모델이자 옛날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들의 명기였던 삼성전자(현재는 큐센) DT35가 유명하다. 멤브레인 최초로 무한동시입력을 지원한 게이밍 키보드인 스카이디지탈 NKEY-1, 균형잡힌 가격과 성능의 아이락스 6220도 호평받는 제품. 대놓고 게이밍인 디자인도 괜찮다면 제닉스의 타이탄 SE도 좋다.



2. 펜타그래프 키보드


TypeMatrix 2030 타건영상. 출처 유투브 KeyChatter.com 채널


가위 스위치(Scissor switch)라고도 한다. 멤브레인 스위치를 쓰기 때문에 엄밀히 말하면 멤브레인 키보드겠으나 키감이 상당히 다르기 때문에 보통 구분한다. X자로 엇갈린 모양의 얇은 플라스틱 장치와 멤브레인 스위치, 그리고 작은 러버돔으로 이루어진 구조이다. 키캡과 스트로크(눌리는 깊이)를 아주 얇게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주로 노트북 키보드에 쓰인다. 


키감 플라스틱 구조물이 보통 멤브레인 키보드에는 없는 구분감(걸리는 느낌)을 내 준다. 짤깍거리는 특유의 소리가 특징이다.


장점 두께가 얇은 만큼 휴대가 용이하며 소음 역시 매우 적다. 특유의 키감 역시 호불호가 갈리기는 하나 좋아하는 이들은 기계식이나 무접점보다도 좋아한다. 


단점 얇은 플라스틱 부품이 핵심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다른 방식의 키보드에 비해 쉽게 깨지는 경향이 있다. 스트로크를 많이 짧게 만든 제품의 경우 장시간 타이핑 시 손가락이 아프다고도 한다. 아무래도 기계식과 멤브레인 사이 애매한 포지셔닝과 그에 따라 제품군 자체가 적다는 점도 단점이라면 단점.


추천 레노버 사의 그 유명한 씽크패드(Thinkpad) 노트북의 자판만 떼어다 만든 울트라나브 시리즈가 가장 유명하다. 값은 다소 나가지만 로지텍 k750과 k800, 붉은 LED를 지원하는 아이락스의 k50e도 솔리드하다. 


덧. 변종으로 애플이 2015년 발표한 버터플라이 스위치가 있다. 플라스틱 구조물이 X자가 아니라 나비 날개처럼 키캡을 받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극단적으로 얕은 스트로크를 가지고 있으며 러버돔 대신 스테인리스 돔을 사용하기 때문에 금속을 두드리는 느낌이 난다. 맥북, 아이패드 키보드 등 애플 제품에만 탑재되기 때문에 따로 서술하지는 않겠다.



3. 플런저 키보드


한성 GTune MPF60 타건 영상. 출처 유투브 김민석 채널


역시 멤브레인 키보드의 또다른 파생형이다. 키캡과 러버돔 사이에 플런저라고 하는 또다른 부품을 집어넣어 찰칵거리는 소리와 구분감을 내준 것이 특징이다. 제조사 별로, 또 제조방식 별로 키감이나 소리가 천차만별이나 대체로 기계식의 청축에서 소리가 조금 빈 것 같은 타건음을 낸다. 주로 멤브레인을 쓰자니 반응이 별로일 것 같고 기계식 키보드를 쓰자니 가격이 부담스러운 PC방에서 많이들 들여놓는다. 보통 멤브레인과는 확연히 다른 찰칵거림에 아, 이게 기계식인가 보다, 하고 착각하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다고 한다.


키감 멤브레인과도 다르고 기계식 키보드와도 다르다. 굳이 비교하자면 청축이나 갈축과 비슷하지만 조금 더 먹먹한 느낌.


장점 기본적으로 멤브레인이기 때문에 가격이 저렴하다. 멤브레인과는 분명히 차별화된 타건감을 가지고 있으며 화려한 LED, 비키 스타일의 디자인도 많다. 


단점 멤브레인의 몸으로 기계식의 키감을 노렸지만 결국 이도저도 아닌 어중간한 키감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특히 요즈음 들어 카일, 오테뮤 등을 위시한 유사 체리 축들의 활약으로 기계식 키보드의 가격대가 많이 낮아졌기 때문에 가격적인 경쟁력조차 점점 낮아지고 있다.


추천 게임용이라면 레인보우 LED를 가진 앱코 해커 K300가 무난하다. PC방의 플런저 키보드 대란을 이끈 비프렌드 아이매직의 GKEYBOARD2 제품군도 좋다. 



다음 편에서 계속. 이제 본격적으로 제일 핫한 기계식 키보드를 다룰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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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밀로 VA87M 매화 에디션
2017. 9. 7. 10:59 - 북북서

사진출처 바밀로 공홈


바밀로(Varmilo)는 중국의 키보드/키보드 악세사리 제조사이다. 나름대로 키보드 시장의 빅네임 중 하나이나 윤리적, 도덕적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회사기도 하다. 과거 우리나라의 키보드 제조사 레오폴드가 중국 공장에서 키보드를 생산할 당시, 그 키보드를 몰래 빼돌려(몰래 따로 생산했다는 말도 있다) 바밀로라는 이름을 붙인 뒤 해외에 가져다 파는, 사실상의 범죄 행위에 그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레오폴드는 중국에서 완전 철수하기로 결정하나 이미 제품들의 정보가 모두 유출된 상황이었고... 따라서 어쩔 수 없이 그간 사용하던 모델과 기판을 아예 폐기하게 된다. 이때 폐기된 모델이 바로 FC300R과 FC700R이며, 이후 이를 갈고 새로 개발한 모델이 바로 필코 사의 마제스터치와 더불어 갈축의 정석, 갈축의 입문과 졸업으로 자리매김한 FC750R과 FC900R이다. 바밀로의 이 윤리적 근본없음은 8ms의 어마어마한 반응속도와 함께 바밀로의 영원한 약점으로 남아 있다(물론 이는 레오폴드 사의 주장이므로 100% 확인된 사실은 아님을 밝힌다).


그런 바밀로가 이번에 야심차게 발매한 매화 에디션. 9월 10일 23시 55분까지만 판매하는 한정판이다. 가격은 14만 8천 원. 처음엔 너무 핑크핑크한 게 아닌가, 싶었으나 저 스페이스 바를 보는 순간 명치에 플라잉 니킥을 얻어맞은 것 같았다. 스페이스 바 근접 샷을 보자.


사진 출처 레딧 Mechanical Keyboards


세상에... 저게 대체 뭐란 말인가. 너무 너무 예쁘다. 저 스페이스 바만 별도 판매를 해 줬으면 얼마나 좋았겠냐마는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이러다가 키캡을 뜯어내려고 키보드를 사는 문화에 동참해버릴지도 모르겠다. 저소음 적축을 포함해 여섯 가지 체리 축 중 선택할 수 있으며 배열 역시 풀배열과 텐키리스 두 가지 모델이 있다. 다만 아무리 예뻐도 기판은 똑같이 바밀로 기판이므로 8ms의 반응속도는 여전하다. 순간적인 반응이 중요한 게임을 하는 게이머라면 디자인에 혹하기 전에 다시 생각해보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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