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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어락(2018)
2018. 12. 26. 10:13 - 북북서

<도어락>, 2018, 이권


사진출처 다음영화


현실적인 불안과 공포다. <도어락>은 집요하게 혼자 사는 여성들의 악몽을 후벼 판다. 누군가 나를 노리고 있다. 나는 혼자 산다. 아마 물리적인 수단으로는 저항할 수 없다. 경찰은 나를 피해망상으로 여긴다. 내 집은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생활을 던져버리고 도망칠 수도 없다.


<도어락>은 이 현실적인 설정에서 오는 몰입감을 이용해 초반을 주파한다. 화면에서 눈을 뗄 수 없는 시퀀스도 기대하시고 주인공의 입장에서 분통을 터뜨릴 준비도 하시라. 몇 개인가의 복선과 장치를 교차시키며 이야기를 다음 장으로 진행시키는 솜씨도 상당하다. 숨이 턱턱 막히는 스릴러가 그리웠다면 <도어락>은 좋은 선택이다. 초반부는 말이다.


무슨 이야기냐면, 어느 지점을 통과하는 순간 <도어락>의 이야기는 급격하게 망가진다. 개연성은 붕괴하고 등장인물들의 행동은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과장되어 간다. 현실에 발을 디디고 있었던 사건들은 순식간에 비현실의 영역으로 도약해 초반부를 이끌던 동력을 상당부분 상실하고 만다. 단적으로 마지막 사건이 일어나는 장소를 보라. 너무나 장르적이고 현실과 괴리되어 있다. 그것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지만, <도어락>이 발디딘 기반이 어디까지나 "현실 공포 스릴러"라는 것이 문제다. 현실 공포 스릴러가 현실적이지 않게 되는 순간 모든 마법은 깨어지고 몰입감은 자취를 감춘다.


전체적인 인과관계 역시 마찬가지다. 영화가 끝난후 모든 진상을 아는 상태에서 앞뒤를 짜맞추어 봐도 도저히 원인과 결과가 맞지 않는 부분이 너무나 많다. 그래서 결국 도어락을 누른 건 누구였는가? 범인은 우사인 볼트인가?(같이 본 이는 모방범이 나타날까 두려워 일부러 감독이 비현실적인 스케일로 이야기를 부풀렸다는 이론을 제시하기도 했다. 사실인지는 알 수 없지만 가능성은 낮은 것 같다. 정말 모방범죄를 방지하고 싶었다면 경찰을 그렇게 무능하고 싸가지없게 연출하지는 않았을 테니 말이다)


구슬이 서 말이어도 꿰어야 보배라 했다. <도어락>은 꽤 괜찮은 구슬을 들고 왔다. 줄에 꿰는 것까지도 어찌어찌 해냈다. 하지만 매듭을 제대로 묶지 못하니 애써 줄에 꿴 구슬까지도 모두 흘러 떨어져 버리고, 결국 손에 남는 것은 아쉬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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