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너는 새벽의 문을 연다. 너의 눈은 압생트 빛으로 반짝이고 너의 발걸음은 달빛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너는 항상 그랬다. 의식적인 확신인지, 아니면 그럴 만한 타고남이 먼저인지 나는 알지 못한다. 항상 규칙적인 네 숨은 난해하다. 네 눈에 닿는 것들도 역시 윤곽도 질감도 다르리라는 것만이 어렴풋해 나는 이미 오래 전에 너를 이해하려는 노력을 그만두었다.
너는 이제 저 밖으로 향한다. 어쩌면 뱀도 만날 것이다. 때로는 겨울의 어딘가에서 지쳐 쓰러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너를 걱정하지 않는다. 너에겐 등불이 있으니까. 잠시 쉬어갈 그늘만 있다면 후회는 언제까지나 너를 피해갈 테니까. 네가 하늘에 닿을 수 있을까. 나로서는 알 길이 없다. 어쩌면 저 달까지 바꿔 걸 지도 모르겠다. 어느 날 세상이 다른 색으로 물들면... 나는 그제서야 비로소 네가 그곳에 닿았음을 알게 될 것이다. 그러면 나는 네가 한때 이곳을 딛었음을 소중하게, 조금은 수치스럽게 간직하여 내 한 구석을 파고들게 둘 생각이다.
하지만 그것이 지금은 아니다. 나는 스스로를 설득하는 데에 능하고 그 재능에 저주받았다. 나는 너를 축복한다. 네 다리가 부러져 버렸으면 좋겠다. 네 길이 곧고 넓어 저 하늘까지 너를 인도했으면 한다. 그리고 그 길의 어딘가에서 네 등불이 꺼져버린다면 더할 나위없이 즐겁겠다.
나는 나를 이해한다. 너는 나를 이해하는가. 이해한다면 조금은 위안이 될 테고, 아니라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더 큰 비극은 네가 언젠가 이런 나를 이해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그것을 생각하면 내가 비참하고 네가 안쓰러워 몸이 부서질 것만 같다. 부디 그런 날이 오지 않기를 바란다. 네가 언제까지나 나를 갉아먹는 고통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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