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밤 나의 너>, 성시경
적당히 잘 지내고 적당히 아파
아무렇지도 않다면 거짓말이잖아
네 생각에 또 잠 못 드는 오늘 같은 밤
집 앞을 오래 걸어
널 바라보던 난 아직 여기 있는데
내게 안기던 넌 이제 여기 없단 게
슬프기보단 서운하고 쓸쓸해져서
문득 밤 하늘을 봐
그리운 것은 다 저만치 별이 됐나
안녕 나의 밤 나의 너
계절은 어디로 흐르고 있을까
오 이 밤 holding on to you
이 밤 holding on to you
별을 이으면 별자리가 되잖아
우리 추억을 이으면
다시 언젠가 사랑이 될까
길 건너 나를 향해서 손을 흔들던
별것도 아닌 얘기에 환하게 웃던
순간순간의 네가 얼마나 예뻤는지
아마 넌 모를 거야
소중한 것은 저 하늘의 별이 됐나
안녕 나의 밤 나의 너
시간은 어디로 흐르고 있을까
오 이 밤 holding on to you
이 밤 holding on to you
너를 지우면 나도 없는 거잖아
오 나의 너를 지우면
별도 없는 밤 나 혼자잖아
난 every day 또 every night 널 생각해
난 왜 이리 또 이리 널 바랄까
넌 마치 숨 쉬듯 말야 낮과 밤
나의 안과 밖에 가득한 걸
시간은 어디로 흐르고 있을까
오 이 밤 holding on to you
이 밤 holding on to you
별을 이으면 별자리가 되잖아
우리 추억을 이으면
다시 언젠가 사랑이 될까
사랑이 될까
사랑이 될까
조금 넘겨짚어보자면, 성시경은 아마 두려웠던 것 같다. 그는 올해로 벌써 데뷔 17년차다. 대중은 이제 성시경의 목소리를 안다. <너의 나의 봄이다>, <너의 모든 순간>으로 대표되는 성시경식 발라드의 작법에도 익숙해졌다. 그리고 익숙하다는 것, 예상이 된다는 것은 뻔하다는 것의 동의어다. 성시경은 무엇보다 그게 두렵고 싫었을 것이라고 생각해 본다. 자신이 더 이상 새로울 것 없이 뻔해졌다는... 뭐 그 느낌이 말이다.
<나의 밤 나의 너>는 여러모로 이러한 정체감을 극복하기 위한 시도로 보인다. 공간감을 입힌 전자 드럼을 활용했고 주제부의 고음역은 모두 가성으로 처리해 맑고 서늘한 톤을 연출했다. 그간 성시경 음악의 뼈대를 이루던 특유의 다이나믹이 많이 자제된 점도 눈에 띈다. 결과를 논하자면, 일단은 성공이라 해도 좋을 것 같다.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근래 들어 어느 정도 정형화되었다는 느낌이 있었던 성시경식 발라드와는 달라졌다. <너는 나의 봄이다>, <너의 모든 순간>, <다정하게 안녕히>까지 이어지던 특유의 느낌과는 확실히 거리가 있다. 데뷔 17년차, 마흔을 바라보는 아티스트가 아직도 새로운 시도를 해낼 욕심과 능력이 있다는 것을 성시경은 증명한 셈이다.
다만 아직까지는 정통 성시경 발라드에 비해서는 아쉬운 것이 사실이다. 흔히 목소리가 좋은 가수로 인식되곤 하지만 성시경이 이토록 오랫동안(게다가 많이 호감이라고 할 수는 없는 이미지에도 불구하고) 한 장르의 왕으로 군림하는 진짜 힘은 그 표현력에 있다. 그는 같은 음에서 남들과 다른 느낌을 낼 수 있는 몇 안되는 가수다. 발성이나 음역보다도 한 차원 높은 능력이다. 흔히 성시경 노래는 성시경밖에 부르지 못한다는 말의 진짜 의미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나의 밤 나의 너>에서는 성시경의 이러한 표현력이 제대로 발휘되지 않았다. 앞서 말했듯 곡 자체가 맑으며, 목소리에 힘을 뺀 선택 자체도 어쩌면 양날의 검이 아니었나 한다. 분명 편안하지만 역시 감정적인 다이나믹이 배제되니 조금 심심하고, 후반부 전조 역시 보다 큰 역할을 해내지는 못한다.
과도기라는 표현이 가장 가까울 것 같다. 그간 성시경의 명곡들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나의 밤 나의 너>는 새로운 시도의 첫 걸음으로는 분명 나쁘지 않다. 다음 앨범은 정규일까? 그랬으면 좋겠다. 성시경의 새로운 욕심이 그의 목소리를 어디로 이끌어갈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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